3월 3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난청 예방과 청각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세계 청각의 날’이다. 난청은 단순히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을 넘어, 일상생활과 사회적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청력 저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난청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진행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청각 건강에 대한 관심과 예방 노력이 중요하다.
이현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은 단순히 잘 안 들리는 상태가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중요한 건강 문제다”며 “흔히 난청을 노화와 연관 짓지만, 사실 난청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선천적 요인부터 소음 노출, 중이염, 특정 약물의 부작용, 외상 등 여러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청은 발생 원인과 위치에 따라 크게 전음성 난청, 감각신경성 난청, 그리고 두 가지가 혼합된 혼합성 난청으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은 소리가 외이도, 고막, 중이를 거쳐 달팽이관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주로 중이염, 귀지에 의한 외이도 폐쇄, 고막 천공 등이 원인이 된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의 손상으로 소리를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노화로 인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노인성 난청, 지속적인 소음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 유전적 요인,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소리를 들을 수는 있지만 말소리가 왜곡돼 들리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혼합성 난청은 전음성과 감각신경성 난청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로, 보다 복합적인 원인과 치료가 요구된다.
이현진 교수는 “난청이 생기면 단순히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며 “심한 경우에는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난청이 있는 노인의 경우,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2~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청각 자극이 줄어들면서 뇌의 청각 중추 기능이 저하되고, 전반적인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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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청각 건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폰 사용 시 60분 이상 연속으로 듣지 않고, 음량을 최대 볼륨의 6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귀마개를 착용하고, 중이염 등의 귀 질환이 있을 경우 방치하지 않고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통해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교수는 “난청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문제지만, 조기에 예방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면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단순한 감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우리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창구이며,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투자다”고 말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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