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라고도 불리는 비장은 위 아래로 길게 위치한 기관이다. 유입된 세균이나 외부 단백질을 제거하고, 적혈구와 림프구를 저장하며 상처 치유를 돕는 단핵 세포를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비장에 생길 수 있는 종괴에는 혈종, 양성 비장종양, 악성 비장종양 등이 있다. 초기 증상은 뚜렷하지 않지만, 식욕 저하, 기운 없는 모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상태가 악화되면 밥을 먹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빵빵해지거나 빈혈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비장종양은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혹은 비장종양이 생긴 줄 모른 채 생활하다가 종양이 터지거나 비장 파열이 발생한 후에야 동물병원에 내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 동물병원에 방문하면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크다. 비장 종양이 파열되면 복강 내 출혈로 인한 빈혈과 저혈량 쇼크가 발생하며, 심할 경우 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장종양은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보통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종양의 유무를 확인한 후 CT촬영 검사를 통해 종양의 상태와 전이 여부를 판단한다. 종양으로 판단되면 비장 절제 수술을 진행하고, 조직검사를 통해 양성인지 악성인지 평가한다.
양성종양이나 혈종이라면 수술적 제거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며 면역력 관리만 잘해주면 된다. 하지만 조직 검사 결과 악성 종양 판명되면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 악성 종양 중에서도 혈관육종이 가장 흔하고 예후가 좋지 않다. 혈관육종은 악성도가 매우 높고 침습성이 강해 심장, 간, 폐 등 주요 장기로 빠르게 전이된다. 검사 결과 혈관육종이거나 비장이 파열되었다면 수술을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비장제거 수술은 종양이 아니어도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증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권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비장이 없어도 반려견·반려묘가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이다. 비장은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절제하더라도 간이나 골수 등의 다른 장기들이 비장의 역할을 보완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장종양은 특히 노령견에게 많이 나타난다. 게다가 초기 뚜렷하지 않은 증상 때문에 소리 없는 암살자라는 별명도 있다. 이러한 비장종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비장종양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반려동물은 아파도 스스로 표현할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 건강해 보여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미리 심각한 질환을 예방하기를 바란다.
(글 : 황호준 프라임동물의료센터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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