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반려인들의 바람일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견과 반려묘의 건강 관리이다. ‘반려동물 건강 관리의 기초’ 하면 예방 접종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중성화수술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성화수술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수의사의 입장에서, 반려견과 반려묘의 번식을 계획하지 않는다면 중성화수술을 권장한다.

중성화수술은 생식기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생식기 질환은 수컷의 경우 고환, 암컷의 경우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관련이 깊다. 중성화수술은 이러한 호르몬 분비를 차단해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전웅섭 따듯한ON동물병원 원장
전웅섭 따듯한ON동물병원 원장
암컷의 경우, 자궁축농증, 유선종양, 난소 종양 등의 위험이 있다. 이 중 자궁축농증은 중성화를 하지 않은 노령 암컷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자궁에 세균이 감염돼 염증과 고름이 생기는 질환으로,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나뉜다. 개방형은 고름이 생식기 외부로 배출되므로 보호자가 비교적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폐쇄형은 자궁 내 고름이 축적돼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만약 보호자가 해당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유선종양은 강아지, 고양이에게 발생하는 종양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는 종양 종류이다. 중성화수술을 진행하지 않은 반려동물에게 나타날 확률이 높으며, 악성일 경우 수술해도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암컷 중성화수술은 난소와 자궁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질병의 발병 위험성이 매우 줄어든다.

수컷은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염, 항문선종 등과 같은 생식기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은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을 비대하게 만들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전립섭이 커지면 장이나 방광, 요도 등 주변 장기를 압박하기 때문에 배뇨 장애나 변비 같은 2차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 반려동물은 행동학적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성(性)성숙 이후 본능적으로 영역 표시를 위해 가정 내 가구, 커튼, 벽 등에 소변을 뿌리는 ‘마킹’ 행동을 하거나 호르몬 영향으로 공격성이 심해지기도 한도 있다. 이러한 행동 문제는 보호자에게 또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일부 보호자는 이런 행동을 중성화수술을 통해 막는 건 본능을 억제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컷 반려동물 중 중성화수술이 필수적인 경우가 있다. 바로 ‘잠복고환’이 있는 경우이다.

정상적인 고환은 출생 직후 복강에 머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타구니쪽에 위치한 서혜관을 타고 내려가 음낭에 자리 잡는다. 개체마다 속도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 이내면 고환이 내려와 있다. 이 시기까지 고환이 자리잡지 못한다면 ‘잠복고환’으로 진단한다.

잠복고환은 피하잠복고환과 복강내잠복고환으로 나뉜다. 피하잠복고환은 고환이 음낭으로 완전히 내려오지 못한 상태로, 서혜부 근처에서 고환이 만져질 수 있다. 반면, 복강내잠복고환은 고환이 복강에 머물러 있는 경우를 말한다. 잠복고환은 겉으로 보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환염전을 유발해 혈액 공급을 막기도 하고 고환종양, 고환암 등의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잠복고환이 있는 개체는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고환암 발병 확률이 13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잠복고환이 있는 반려견, 은 반드시 중성화수술을 받아야 한다.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중성화수술은 5~7개월 사이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 물론,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모든 반려동물이 앞서 언급한 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성화수술을 진행한 반려동물에게 이러한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은 분명하다. 또한, 반복되는 발정기로 인해 반려동물이 스트레스까지 고려하면, 중성화수술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모두 지키는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글 : 전웅섭 따듯한ON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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