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일상생활의 필수 도구가 됐다. 일과 여가, 학습과 쇼핑까지 대부분의 활동이 손안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이 편리함 이면에는 간과하기 쉬운 건강 문제가 숨어 있다. 특히 과거에는 주로 노년층에서 나타나던 망막 질환이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증상이 관찰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의료계에서는 스마트폰과 눈 건강, 그 중에서도 망막 질환과의 관련성을 경고하고 있다.

망막은 빛을 감지하고 시각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눈의 핵심 부위다.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시야가 흐려지거나 왜곡되고, 심한 경우 실명까지도 이를 수 있다. 예전에는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같은 망막 질환이 주로 50대 이후, 특히 60~70대에 많이 발병하는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최근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들 중에는 시력 저하나 사물의 왜곡, 비문증 (눈앞의 부유물) 등 망막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하루 평균수 시간에 이르는 스마트폰 사용이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망막에 악영향을 주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장시간 화면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행위는 눈의 근육을 지속적으로 긴장시켜 눈의 피로를 유발한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 화면에서 방출되는 블루 라이트는 망막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원 연세성모안과 원장
김상원 연세성모안과 원장
블루 라이트는 자외선보다 조금 긴 파장을 가진 고에너지 가시광선으로, 밤에 눈에 노출될 경우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생체 리듬을 교란시키며,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간 노출시 망막세포에 미세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보고된 바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이 야간, 그것도 조명이 약하거나 꺼진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어두운 환경에서 사람의 동공은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확대된다. 이때 강한 빛을 내는 스마트폰 화면을 가까이에서 보면 블루 라이트가 망막에 더 직접적으로 도달하게 되고, 이는 눈에 큰 부담이 된다.

또한 어두운 환경에서 장시간 화면을 응시하는 습관은 근시 진행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데, 고도근시는 망막박리, 황반변성 같은 중증 망막 질환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가장 기본적인 수칙은 밝은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주변 조명을 켜고, 화면 밝기를 주변 조도에 맞게 조절하며, 글자 크기를 키워 눈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일정 시간마다 시선을 멀리 돌려 눈의 초점 근육을 이완시키는 습관도 중요하다. 눈 깜빡임을 의식적으로 늘리는 것도 안구 건조를 예방하고 눈 표면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필수다. 망막 질환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상에서 이상 징후가 느껴졌을 때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망막의 미세한 변화는 체계적인 장비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스마트폰 사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적절한 사용 습관과 예방 검진을 통해 눈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은 망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하며, 눈의 피로도를 낮춰주는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김상원 연세성모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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