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한방약 소비자물가지수는 124.63으로 전년(112.82) 대비 10.5% 급등했다. 2005년 한방약 물가지수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긴 것이다.
한방약 물가지수는 2005년 68.550에서 2006년 68.441로 0.2% 하락한 적 있지만, 2007년 이후 18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방약 물가 상승률(10.5%)은 전체 의약품 평균 상승률(1.9%)의 5배를 넘었으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3%)보다도 4.5배 높은 수준으로 전체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방약 가격이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는 원재료인 우황 등의 가격 폭등이 꼽힌다. 우황청심원의 핵심 원료인 우황 가격은 2012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지난해 초에는 1년 전보다 두 배 오른 1㎏당 2억5천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일부 제약사들이 원재료 가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우황청심원 제조·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한방약뿐만 아니라 소화제(8.3%), 피부질환제(7.8%), 감기약(5.2%), 치과·구강용약(4.9%), 비타민제(3.5%), 진통제(3.4%), 위장약(3.4%), 진해거담제(2.5%) 등 대부분의 의약품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상회했다.
원부자재 비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초부터 제약업체들은 잇따라 의약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광동제약은 이달부터 비타500 100㎖와 180㎖ 가격을 각각 1,100원, 1,700원으로 100원씩 인상했다. 보령제약은 진해거담제 용각산쿨을 7~8% 인상했으며, 위드원바이오는 멀미약 키미테 가격을 7.9% 올렸다.
또한 동아제약은 다음 달부터 약국 판매용 박카스D 공급가격을 10.9%, 일반 대리점 유통용 박카스F 공급가격을 11.1% 인상할 예정이다. 4월 1일부터는 피부질환제 애크논 크림과 애크린 겔의 공급가를 14.8% 인상하며, 동성제약의 정로환은 10%, GC녹십자의 소염진통제 탁센은 16% 인상될 예정이다.
의약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약국과 편의점 운영자들의 소비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일반의약품 가격이 예상보다 높으면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연초 의약품 가격 인상 실태를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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