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세수를 하려 허리를 구부린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은 듯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통증은 허리에서 시작해 엉덩이까지 퍼지고, 숨을 고르기도 어려울 만큼 극심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두고 "담이 결렸다"라고 표현한다. 마치 찬바람을 맞고 근육이 뭉친 것처럼 여기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증상 뒤에 심각한 척추 질환이 숨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런 통증이 반복되고, 강도가 점점 심해지며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단순한 근육통 이상의 원인을 의심해봐야 한다.

흔히 말하는 '담'이라는 표현은 전통적인 한의학 개념에서 온 말로, 몸속 기운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특정 부위에 응어리처럼 맺혀 통증을 일으킨다고 설명된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근육의 과도한 긴장이나 경련, 혹은 국소 염증 반응에 해당한다. 특히 허리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담 증상'은 디스크 손상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김원주 연세이김마취통증의학과 원장
김원주 연세이김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실제로 요즘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이른바 ‘담이 자주 결린다’는 이유로 내원하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하지만, 어떤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더 심해지고, 다리 쪽으로까지 저림이나 통증이 퍼지는 하지 방사통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MRI 검사를 해보면 디스크에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즉, 단순한 ‘담’이라 생각했던 증상이 알고 보니 디스크 탈출증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통증이 심하지만 디스크 탈출이 심하지 않은 경우, 신경차단술과 도수치료, 물리치료 등 비수술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그 전조증상이다. 오랜 시간 반복되던 ‘담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 이는 디스크 손상이 일정 수준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디스크는 한 번 손상되면 자연 회복이 어렵고, 반복적으로 통증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세가 좋지 않거나 장시간 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경우, 혹은 무거운 물건을 갑자기 들어 올리는 등 허리에 부담이 되는 행동이 쌓이면 디스크는 점차 손상된다. 그 과정에서 처음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근육의 뻐근함, 즉 흔히 말하는 ‘담’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평소 '담이 자주 온다', '허리가 자주 뻐근하다'는 느낌이 있다면 생활 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고, 허리를 과도하게 구부리는 자세를 피하며, 오래 앉아 있을 때는 중간중간 일어나 몸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반복적인 요통이 있다면 단순한 담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적인 담 증상이라도 반복되거나 통증의 양상이 심해지는 경우, 단순한 근육통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이전보다 회복이 늦어지고, 통증이 엉덩이나 다리 쪽까지 퍼지는 경우에는 디스크 질환을 의심하고 정밀한 진단을 받아보아야 한다.

(글 : 김원주 연세이김마취통증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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