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안구 내부의 압력인 안압이 상승하면서 시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이 생기는 ‘정상안압녹내장’ 환자가 전체 녹내장의 70~80%를 차지한다. 이는 시신경 혈류장애, 유전적 요인,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전신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단순히 안압 수치만으로 녹내장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녹내장은 크게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으로 나뉘며, 이 중 개방각 녹내장은 병이 천천히 진행되면서도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특히 중요하다. 반면 폐쇄각 녹내장은 급격한 안압 상승으로 인해 심한 안통, 두통, 구토,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응급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환자들 사이에서도 녹내장 진단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근시 환자가 많아진 현대의 시력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도근시는 안구 길이를 길게 만들며 시신경이 얇아지고 손상에 더 취약해지는데, 이는 녹내장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굴절교정수술을 위해 안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녹내장을 진단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녹내장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안압 검사 외에도 시신경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신경 단층촬영(OCT), 시야 검사, 전방각 검사, 안저 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시신경 구조나 손상 진행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치료는 보통 안압을 낮추는 안약 점안부터 시작하며, 약물 치료만으로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레이저섬유주성형술이나 섬유주절제술, 방수유출장치 삽입술 등의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치료가 시신경 보호와 진행 억제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이미 손상된 시야를 회복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녹내장은 치료보다 예방이 핵심인 질환이다.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 당뇨, 고혈압 등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증상이 없어도 40세 이후에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녹내장이 진행 중인 경우라면 6개월 간격의 경과 관찰이 권장된다.
녹내장은 생활 습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연과 금주, 규칙적인 수면, 과도한 복압을 유발하는 운동이나 자세를 피하고, 고개를 숙이거나 엎드린 자세에서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도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조기에 진단받고 관리하는 것이며, 실명에 이르지 않도록 정기적인 검진을 생활화해야 한다.
(글 : 윤수민 밝은신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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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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