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서서 수업을 하는 직업 때문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밤이 되자 다리가 심하게 저리고 쥐가 나 잠에 들기 힘들었던 최 씨는 다음날 찾은 병원에서 생각지 못한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다. 평소 최 씨의 다리가 붓고 저렸던 이유가 하지정맥류증상이었던 것.
하지정맥류는 심장에서 나와 심장으로 돌아가야 할 혈액이, 정맥 판막의 이상으로 역류해 다리에 정체되는 혈관질환이다. 정체된 혈액이 다리에 모이다 보니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거미줄 같은 보랏빛 실핏줄이 비쳐 보이거나 구불거리는 굵은 혈관이 다리 피부 밖으로 튀어나올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최 씨처럼 혈관이 육안으로 도드라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혈관질환인 하지정맥류는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온도에 따라 혈관이 확장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때문에 최 씨처럼 피로를 풀기 위해 사우나나 찜질방 같은 더운 환경은 오히려 정맥류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여름에는 외출 후 찬물로 다리를 샤워하는 습관이 좋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정맥류와 같은 정맥류나 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부종, 경련, 질환 부위의 무겁고 둔한 느낌, 그리고 열감 등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지정맥류가 의심되는 경우 확실한 것은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하지정맥류 검사는 통증이 없고 CT나 MRI처럼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투여가 필요하지 않아 비침습적이고 안전한 혈관 도플러초음파를 통해 진행된다.
도플러초음파란 혈관 안의 혈액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도플러와 초음파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검사 방법으로, CT이나 MRI보다 해상도가 높아 혈관 내 미세한 변화도 확인할 수 있으며, 초음파로 평가가 가능한 부위의 모든 혈관의 혈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평가 할 수 있다.
검사 후 하지정맥류 판정을 받게 되면 이를 치료하는 방법에는 전통적인 외과적 발거술부터 레이저수술, 고주파수술, 경화주사치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정맥류 수술의 근본 목적은 늘어나고 역류가 있는 하지정맥류를 제거해 더 이상 다리에서 역류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데 있다. 환자의 나이, 성별, 심지어 직업과 같은 생활 방식까지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 하에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 환자의 증상에 대해서도 한 가지가 아닌 두세 가지 치료법을 접목시켜야 근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전에는 사타구니와 무릎 근처를 절개한 후 정맥류가 있는 정맥을 제거하는 발거술이 주된 수술이었지만, 최근에는 바늘로 무릎 근처 혈관을 확보한 뒤 내시경과 같은 원리로 레이저나 고주파 수술 기구를 넣어 혈관을 태워서 제거하는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다만 모든 경우에 일관된 방법을 사용하기 보다는 하지정맥류 진행 정도나 정맥류가 발생한 위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더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찍이 하지정맥류병원을 찾아 의료진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는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더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나아지길 기다린다고 해서 무겁게 부은 코끼리 다리가 금방 가벼워 질 수 없으니, 최 씨처럼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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