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미래를 내다보고 시작한 운동에 심취한 나머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강박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운동중독’이다.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무리해서 운동하다 허리를 다치기도 하는 운동중독에 대해 헬스인뉴스 건강멘토 일산자생한방병원 김창연 병원장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허리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동을 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정말 운동이 허리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나요?
허리가 아픈 환자분들 중에 허리의 기립근이나 복부 근육을 강화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접하시고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근력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께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허리 통증에 관한 지식 없이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을 하는 경우에도 허리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Q. 허리에 안 좋은 운동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들은 척추가 위로 둥글게 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디스크 질환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반면, 이족보행을 하는 우리는 척추를 중력과 정반대 방향으로 세워져 있기 때문에 디스크 질환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어찌 보면 척추질환은 직립보행을 선택한 인간의 기회비용일지도 모릅니다.
다행인 것은 인간의 척추가 아주 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스스로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추는 앞쪽으로, 흉추는 뒤쪽으로, 그리고 요추는 다시 앞쪽으로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요추의 경우, 전만의 유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전만이 유지되지 않으면 디스크의 퇴행이 빨리 오고, 결과적으로 디스크 탈출증이 쉽게 생깁니다. 특히 전만이 심해지면 요추의 후관절에 압력이 많이 걸려 협증이나 퇴행성관절염이 잘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허리를 굽혀 요추의 전만을 망가뜨리는 운동이 허리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대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허리 질환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허리 통증 원인의 약 80%는 디스크 질환에 의한 것으로 봅니다. 디스크는 중심부의 수분을 포함한 단백질 성분으로 구성된 수핵, 그리고 이를 보호하는 섬유성 조직의 섬유륜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나쁜 자세를 오래 유지하거나 혹 나이가 들면 노화현상으로 수핵의 탈수현상이 일어나 탄력성이 떨어지게 되고 섬유륜에 균열이 발생되게 됩니다.
정상적인 노화현상이라면 증상 없이 자연스레 진행되지만, 현대인들은 오래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디스크의 퇴행이 젊은 나이에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앞서 말씀드린 섬유륜의 균열과 함께 수핵이 압력이 떨어지는 쪽으로 점차 빠져나오면서 뒤에 있는 신경을 싸고 있는 경막에 자극이 가해지게 되면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척추신경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하므로 신경을 보호하는 경막에는 이상을 감지하는 신경 수용체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경막이 자극되면 상당한 통증이 나타나므로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하게 됩니다.
Q.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증상이 있다면 한 가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허리에서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때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웬만한 통증으로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려는 분들이 많은데요. 만약 허리 쪽에서 발생한 불편한 감각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통증으로 이어졌다면, 그때는 꼭 병원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특히 허리 통증이 완화하는 듯하면서 엉덩이나 다리 쪽으로 저림이나 당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디스크 탈출 등으로 인한 신경증상으로 볼 수 있으니 꼭 내원을 하셔야 합니다.
Q. 본인의 운동능력보다 과하게 운동을 하는 ‘운동중독’, 허리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자동차도 연식이 오래되고 주행거리가 길어지면서 고장이 잦아지고 부품이 망가지게 되지요.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선수들을 치료하다 보면 일반인들보다 유독 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빨리 온 것을 보게 되는데요. 그만큼 관절을 과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운동중독은 허리 관절의 퇴행성관절염을 이른 나이에 겪게 하여 허리 디스크의 퇴행을 촉진시킵니다.
Q. 운동중독으로 허리 건강을 잃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운동중독으로 허리가 망가진 분들은 우선적으로 운동량을 줄이셔야 합니다. 일주일 내내 운동을 하던 분들은 일주일에 3회 정도로, 하루에 세 시간씩 운동을 하던 분들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운동에 투자하는 식으로 운동량을 줄여야 합니다.
허리 통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병원에서는 X-ray 검사를 통해 허리의 상태를 파악하고 환자가 느끼는 증상을 고려하여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MRI 검사를 진행합니다. 정밀검사를 통해 허리 및 골반의 틀어짐이 있다면 추나요법으로 교정을 하고 이외 한약에서 추출한 약침요법이나 봉약침요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Q.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고 허리 근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복잡한 운동은 전문적인 치료사의 티칭과 관리를 통해 배워야 합니다. 인터넷이나 매스컴에 나오는 운동법들은 개개인의 허리 상태에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간단한 운동방법은 보행훈련인데요. 보행 시 배꼽을 허리 쪽으로 당겨서 횡복근을 수축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엉덩이 근육을 적절하게 수축시켜야 하는데요. 발뒤꿈치가 지면에 닿을 때 항문에 힘을 준다는 느낌을 가지면 엉덩이 근육이 수축하게 됩니다. 빠르게 걷지 않고 천천히 걸으면서 복부를 허리 쪽으로 당기고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면서 걷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운동할 때 욕심을 내지 않고 통증이 오지 않는 정도의 시간과 강도 등으로 운동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추의 전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운동에 빠져 허리 건강을 신경 쓰지 않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으로 근골격계의 중심 역할을 합니다. 특히 척추에 있는 척추관을 통해 척수가 내려오고 척수에서 신경가지들이 나와 온몸으로 퍼져 전신을 조절합니다. 우리 몸의 모든 조직들이 그렇지만 한번 손상된 조직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기능이 떨어진 상태로 회복됩니다.
특히 허리에 있는 디스크는 퇴행이 일어나기 쉽고 따라서 디스크 질환이 오기 쉽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적절한 운동은 필요하지만 과한 운동은 허리디스크, 허리 뼈, 관절의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아프고 나서 후회하면 이미 늦습니다.
천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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