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에 ‘빨간불’ 켜진 10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소녀들
그러나 빛에는 그림자가 있듯이, 스마트폰 역시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특히 ‘스마트폰 중독’에 의해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그 중에서도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의 보도에 따르면 이 세대는 청소년기 전체를 스마트폰과 함께 보낸 최초의 세대이며,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인 부분으로 소셜 미디어를 경험하는 최초의 10대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10대에게 스마트폰의 악영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2010년 이후 10대 소년들 사이에서 우울증, 자해,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게다가 미국 십대 소녀들의 주요 우울증 비율은 2011년 12%에서 2017년 20%로 훨씬 더 늘어났다. 자살률 역시 2007년 이후 두 배로 증가했다.
성별을 기준으로 본다면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유독 10대 소녀들에게서 이와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진 트웬지(Jean M.Twenge) 심리학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미국과 영국의 20만 명이 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세 차례의 설문조사를 하였고, 몇 가지 답을 발견하였다.
먼저 성별에 따라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달랐다. 소년들의 경우 게임을 주로 했지만, 소녀들은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소셜 미디어를 이용했다. 전자와 후자 모두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을 하지만, 게임은 헤드셋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것과 달리, 문자나 소셜미디어는 상대방의 반응을 얻기 전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 잠깐의 시간이 불안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 속 ‘꾸며진 나’도 문제가 된다. 텍스트 혹은 이미지를 조작하고, 삭제하고, 다시 쓰는 등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에서는 외모, 성적, 주변 환경 등을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우울증에 빠지기 쉽도록 한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은 휴대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방해하고 수면 시간을 줄인다. 이 역시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셜 미디어를 자주 접하는 소녀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십대 소녀들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적절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십대 아이들이 소셜 미디어에 너무 중독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이와 관련된 정책을 펼치는 등 사회 전반의 노력도 중요하다.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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