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보건복지부가 2020년 출산한 산모 31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올해 1월 발표한 2021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산 후 1주일간의 감정 상태에서 산후우울 위험군은 42.7%로 나타났다.
더불어 우울감이 있어도 24.9%는 주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에 우울감, 심한 불안감, 의욕 저하, 식욕저하, 죄책감, 불면 등이 나타나며 산모의 약 10%~20% 정도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후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의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와 출산 및 육아 스트레스로 나타나게 되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증상을 앓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산후 우울증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전에 산후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이 또다시 출산을 할 경우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0~80%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임신 기간 중 불안이나 우울을 경험하거나 갑자기 모유 수유를 중단하는 경우, 주변 사람 및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거나 정서 육체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 평소 월경 전 증후군을 앓았거나 우울증의 병력이 있는 경우,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출산 후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산후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출산 후 6주 이내 불안정한 모습, 우울한 기분, 불쾌한 감정 변화, 불안, 초조 등의 증상과 아기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양육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 또는 아기에 대한 관심 상실, 아기에게 적대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 또는 자신이나 아기에게 산모 자신이 해를 끼칠 것 같은 두려움이 드는 증상을 보인다면 정신과적으로 면담을 하고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에게 산후 우울감은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사람에 따라 증상이 있어도 비교적 조용히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의 산모도 있다. 되도록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너무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가족들의 응원과 도움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상담 등 적절한 관리를 통해 증상의 호전을 보이지만 본인 스스로 제어가 잘 안 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라면 입원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산후 우울증 증세가 있음에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동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증세가 오래 지속되면 아기를 제대로 양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기의 성장 발달과 엄마와 아기 사이에 관계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감을 보이는 증상을 대부분 환자 스스로 마음을 잘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해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하기보다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감은 덮어두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악화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어 되도록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산후 우울증은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출산 후 우울을 느끼는 시기가 수유 기간과 겹칠 수 있기 때문에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 치료는 권장하지 않는다. 다만 증상이 심하거나 만성적인 경우 항우울제를 복용하여 증상의 호전 및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약물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 또한, 수유 중 약물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TMS(경두개자기자극술) 치료도 가능하니 의료진과의 상담을 우선적으로 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산후 우울증은 가족들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가족들도 함께 치료 교육을 받는 것이 좋으며 치료가 끝까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가정 내에서 세심한 관심과 도움을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 : 성모연정신건강의학과 조현식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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