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갈 때와 서울로 올라올 때 이틀을 꼬박 긴 시간 운전해서 얻는 피로는 기본이다. 명절 음식부터 시작해서 청소와 빨래, 응대까지 집안일을 전담해야 하는 이들에게 명절은 고되고 힘든 날로 기억된다.
문제는 명절의 고됨이 그날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하루 종일 전을 부치고 설거지와 빨래를 전담했던 사람들은 그 후유증이 심하게 찾아올 수도 있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다. 작게는 며칠 손목이 저리고 시큰한 것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명절 후유증으로는 ‘손목 터널 증후군’이 있다. 손목 터널 증후군은 반복적인 손목 관절 사용으로 인해 손목의 통로가 좁아지거나 압박을 받아 나타나는 신경증상이다. 가사노동을 계속하면 손목에 만성적으로 무리가 가게 되고 나이가 들기 시작하는 40대가 되면 증상이 본격화 된다. 그러나 명절에 쉼 없이 일하다 보면 손목에 심한 무리가 가고 이로 인해 터널 증후군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손목통증과 손목 터널 증후군을 곧바로 구분해내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연세건우병원 이상윤 원장(정형외과 수부상지전문의)은 “두 증상은 자가진단으로 구별해내기 힘들다. 다만, 손목을 굽힌 후 손등을 서로 맞닿게 한 후 안쪽을 향해 가볍게 밀었을 때 30~50초 이내에 감각이 없거나, 통증이 발생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손목이 아니라 팔꿈치가 아프다면 테니스 엘보를 의심해볼 수 있다. 테니스 엘보는 팔꿈치 돌출된 부위에 발생하는 통증과 염증을 의미한다. 외측상과염이라는 정식 명칭 대신 ‘테니스’엘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는 이유는 이 병이 백핸드 자세를 자주 취해야 하는 테니스 선수들이 자주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 병을 테니스 선수들 보다는 주부들에게서 더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요리를 하느라 계속 무거운 프라이팬을 손으로 잡고 놓는 과정, 행주를 꽉 짜기 위해 팔을 비트는 과정, 선반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팔꿈치를 구부리는 과정 모두 팔꿈치에 계속 무리를 준다. 손목 터널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이 병도 명절 기간에 쉴 새 없이 전을 부치고 프라이팬을 움직이다 보면 더 악화될 수 있다.
무릎도 명절 이후 아프기 쉬운 부위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무릎 퇴행성관절염(질병코드 M170) 환자 통계는 여름 장마 이후 환자 수가 하락했다가 추석 명절 연휴 직후에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보인다.
특히 2019-2021년 통계 기준, 무릎 관절염은 남성 환자(95,915명)보다 여성 환자(284,709명)의 수가 3배가량 많다. 특히 이 중에서도 9만 9천여명의 환자가 발생한 60대 여성 집단의 비중이 가장 크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이 발병하면 무릎을 움직일 때 동통이나 마찰음이 나타날 수 있고, 이외에도 무릎 주위에 압통이 느껴지거나 무릎 움직임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 관절이 변형되거나 불완전한 탈구가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인의 경우, 생활 습관 때문에 고관절보다는 무릎과 척추에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진단은 주로 환자의 병력과 임상, 방사선 촬영을 통해 이루어진다. 인간의 노화 또는 관절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까지 사실상 없으므로, 치료는 주로 병이 더 악화되지 않고 통증을 경감시키는 보존적 치료법으로 시행된다. 만일 관절이 변형되었다면 수술을 통해 치료한다.
앞선 두 질환 모두 휴식을 취하면 어느 정도 호전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절이 끝나고 서둘러 일상생활에 복귀하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이 팔꿈치나 손목 통증이 찾아와도 ‘무리를 해서 생긴 병’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한다.
이상윤 원장은 “병원을 찾은 환자 중 75%는 조금만 빨리 내원했다면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그러면서 “파스를 붙이거나 휴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완전히 치료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두 병 모두 자주 재발하며 그대로 방치하다보면 만성화 된다”며 번거롭더라도 통증이 시작된 초기에 병원을 찾아 증상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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