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게 발생하는 질환 중 보호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는 질환이다. 말을 할 수 없는 반려견과 반려묘가 아픈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외부로 나타나는 신호뿐이다. 그중에서도 ‘담낭점액종(Gallbladder mucocele)’은 조용히 다가오는 암살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담낭은 흔히 ‘쓸개’라고 불리며, 복부 우측 앞쪽과 간 사이에 위치한다.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반려동물이 음식을 섭취할 때 십이지장으로 분비돼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정상적인 담즙은 약간의 점성을 가지고 있지만, 담낭점액종이 발생하면 담낭 내부에 끈적한 점액(슬러지)가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담즙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이 질환은 강아지에게서 흔하게 발생하지만, 고양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고, 담낭점액종이 생기더라도 담관염이나 간 질환과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박상준 분당헤르쯔동물병원 원장
박상준 분당헤르쯔동물병원 원장
담낭점액종은 주로 슈나우저, 시추, 코커스패니얼 같은 특정 품종견이나 고지혈증, 쿠싱증후군,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대사 질환을 가진 반려동물에게 자주 보인다. 만약 담즙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담낭이 팽창하고 담낭벽이 얇아지면서 결국 파열될 위험이 커진다. 담낭이 파열되면 소화액이 복강으로 유출되면서 복막염, 패혈증, 간외담관폐색 등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초기에는 대부분 무증상으로 진행돼 보호자가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구토, 설사, 식욕부진, 복부 팽만, 황달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 단계에서는 진행 속도가 빨라지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동물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담낭점액종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 초음파검사를 필수적이다. 담낭점액종이 있는 경우, 간수치, 빌리루빈 수치, 염증 수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혈액검사로는 확진할 수 없기 때문에 초음파검사를 통해 담낭의 크기와 형태를 확인해야 한다. 정상적인 담낭은 초음파 검사상 균일한 검은색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점액종이 있는 반려동물의 담낭은 내부 슬러지로 인해 흰색과 회색이 섞여 있으며, 모양이 별 또는 키위 모양으로 보인다.

슬러지의 양이 적고 담낭 파열이 의심되지 않는 경우에는 내과적인 치료를 시도할 수 있지만, 개선되는 경우가 드물고 재발 위험이 높다. 따라서 대부분 담낭제거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담낭 제거 수술은 단순히 담낭만 제거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수술 부위가 깊을 뿐만 아니라 약해진 담낭을 조심스럽게 다뤄 담낭 파열이나 큰 출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경험이 많고 노하우가 많은 수의사를 선택해야 한다.

일부 보호자는 담낭을 제거하면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까 걱정하지만, 담낭은 담즙을 저장하는 역할만 할 뿐 실질적으로 담즙을 생성하는 기관은 간이다. 또한 간에서 담즙이 이동하는 담관은 제거되지 않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술 후 일시적으로 소화 장애나 설사 증상이 보일 수 있지만 과도한 사료나 간식 급여만 피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담낭점액종은 완벽한 예방이 어렵다. 따라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 방법이다. 특히 8세 이상의 반려견, 반려묘는 발병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건강검진 시 반드시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항목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글 : 박상준 분당헤르쯔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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