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환자의 경우 다리가 오자로 구부정하게 휘어도 노화로 인한 현상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다리 모양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리가 휘어 보행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자 형 휜다리는 의학적으로 내반슬로 불리는데 무릎 관절 중심이 정상 위치에서 바깥쪽으로 벗어나 오자 모양으로 휘어진 상태를 말한다. 주로 노화, 질병, 유전, 외상, 잘못된 자세, 굽 높은 신발, 잘못된 보행 습관, 발목불안정 등으로 인해 유발된다.
내반슬은 다리를 똑바로 펴고 섰을 때 무릎 사이가 손가락 2개 이상 간격으로 벌어진다. 걸을 때 발가락이 안쪽을 향하며, 무릎에서 소리가 나기도 한다. 발목을 자주 삐끗하는 경우가 있고, 오래 걸으면 무릎에 통증이 빨리 생겨 때때로 오리걸음을 걷는 것이 특징이다.
휜다리를 조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휜 정도가 더 심해져 자칫 퇴행성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행에 문제가 생기고, 골반이나 척추에도 변형이 초래된다.
정상적인 다리는 고관절 중심에서 발목 관절까지 선을 그었을 때 중심축이 무릎 정중앙을 지난다. 그래야 체중의 하중이 고관절을 시작해 무릎을 지나 발목까지 골고루 분산된다. 그런데 다리가 오자로 휘어 있으면 무릎 안쪽에 체중이 과하게 걸리게 된다. 다시 말해 무릎에 체중의 60% 이상이 실리는 셈이다.
동양인은 선천적으로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무게 중심이 정 가운데가 아닌 2~3㎜ 안쪽에 형성돼 있어 무릎 안쪽 연골이 닳는 오자 형 휜다리가 많다. 오자 다리는 미용상 안 좋은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무릎 안쪽 연골이 급격히 닳는 것이 더 문제다.
이미 휘어진 다리는 약물치료나 보조기 착용으로는 되돌리기 어려우며, 수술적 치료로 교정이 가능하다. 휜다리 교정술이라고도 불리는 근위 경골 절골술은 오자로 휜 다리를 바르게 교정하여 무릎 내측에 집중된 무게 중심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수술적 치료법이다. 수술 대상은 오자로 변형된 다리나 퇴행성관절염으로 무릎 안쪽만 연골 손상이 진행된 경우다.
70세 이전 비교적 젊은 나이의 퇴행성관절염 초중기 환자로 인공관절수술을 하기는 이른 경우에 고려할 수 있다. 근위 경골 절골술로 무릎 내측에 과도하게 실리던 하중을 외측으로 분산시키면 통증이 감소하고, 관절염의 진행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다만 관절염이나 휜 다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관절염 진행 정도, 연령, 활동 정도, 체중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적응증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연세한강병원 주종환 대표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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