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체 탈구란 인공수정체가 원래의 자리를 이탈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비교적 드문 현상이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포도막염과 같은 안질환을 앓았거나 기존에 망막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 폐쇄각녹내장 환자였던 경우,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오랜 시간이 지난 고령의 환자의 경우에는 수정체 주머니의 지지대가 약화되어 인공수정체가 탈구될 수 있다. 또한 눈이나 머리에 외상을 입은 경우, 충격으로 인해 수정체 지지대가 손상되면서 탈구가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왼쪽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병원을 찾은 53세 남성 환자 역시 인공수정체 탈구인 상황이었다. 이 환자는 2007년에 양쪽 눈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진행했는데, 내원 당시 우안의 시력은 0.9였지만, 좌안의 시력은 눈앞에 있는 손가락만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게 낮아진 상태였다. 이에 검진을 진행한 결과, 오른쪽 눈에는 인공수정체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있었지만 왼쪽 눈에는 인공수정체가 탈구되어 아래쪽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인공수정체 탈구가 진행되면 탈구된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질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환자의 경우, 수정체가 제자리를 완전히 이탈한 상태로 시력의 급격한 저하가 나타났다. 하지만 제자리를 약간 벗어나 중심이 어그러진 상태인 부분 이탈이라면 사물이 겹쳐 보인다거나 앞이 뿌옇게 보인다거나 빛 번짐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은 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인공수정체가 제 자리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수정체의 완전 탈구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자연 수정체가 탈구된 경우, 이를 인공수정체로 대체하는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인공수정체가 탈구된 상태라면 기존에 삽입했던 인공수정체를 제거한 후 새로운 인공수정체로 교체해야 하는데 수정체를 지지하는 섬모체가 손상된 경우, 이를 재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인공수정체 자체를 공막에 고정하는 인공수정체 공막고정술을 진행해야 한다.
수정체 탈구는 주로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전달되었을 때 진행되기 때문에 운동 등 격렬한 활동을 할 때에는 고글, 안면 보호대 등을 착용하여 눈 주변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해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진행하여 수정체가 제 자리에 잘 위치해 있는지 수정체의 손상이 진행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특히 포도막염과 같은 안구의 염증성 질환이나, 녹내장, 망막 질환, 눈의 외상 등의 과거력이 있었던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 : SNU청안과 김용대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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