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청안과박영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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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디지털 기기가 널리 보급된 오늘날, 사람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혹사당하고 있다. 그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소아 근시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많은데, 성장하는 과정에서 근시가 급격히 진행되어 고도근시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도근시 환자는 시력이 좋지 않아 일상 속에서 여러 불편함을 느낄 뿐만 아니라 망막이 얇고 다양한 안과질환에 취약하다. 망막이 손상되면 최악의 경우, 실명에 이를 수도 있는데 망막질환에 의한 실명은 회복할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고도근시 환자에서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망막질환으로는 망막박리가 있다. 망막박리는 안구 내벽에 붙어 있던 망막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오는 질환으로, 더 이상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 망막이 빠르게 손상되어 시력을 잃게 된다. 망막박리는 발생 원인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구분되는데 그중에서 열공성 망막박리는 고도근시 환자에 생기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열공성 망막박리는 망막에 열공, 즉 구멍이 생긴 후에 그 구멍으로 안구내 흐르던 방수가 유입되어 망막의 분리를 초래한다. 한국의 열공성 망막박리 환자는 계속 증가 추세에 있으며, 고도근시 환자에게 생기는 경우가 많다. 고도근시 환자는 망막이 얇고 라티스 변성이나 기존 열공 등 망막주변부 변성 병변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열공성 망막박리에 취약하다. 열공성 망막박리는 20~30대 및 60대의 2가지 연령대에 호발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열공성 망막박리를 일으키는 주된 기전이 저연령층과 고연령층에서 다를 것으로 추측하는 근거가 되나 그 이상의 해석은 어렵다.

고도근시 환자는 건강검진 추적관찰에서 녹내장 의심 환자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높다. 녹내장은 특징적인 형태의 시야 손상을 일으키는 진행성의 시신경병증으로, 안압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도근시 환자는 일반적으로 안구의 길이가 정상인에 비해 긴 편인데, 안구가 그렇게 길게 자라는 과정에서 시신경유두가 기울어지고 (tilting) 시신경유두주위 망막신경다발층이 왜곡되어 녹내장 여부를 감별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 범위인 상태에서도 발생, 악화할 수 있는 병이라 안압으로도 감별이 어렵다. 고도근시 환자의 경우 건강검진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안압과 안저사진 만으로 녹내장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우므로 녹내장 의심 환자군으로 분류되고, 빛간섭단층촬영 및 시야 검사 장비, 판독 가능한 의료진 등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정기검진을 권유받게 된다.
이처럼 고도근시 환자들은 다양한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대부분의 망막질환은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조기 진단한 경우, 주로 다른 이유로 안과 검진을 받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고도근시 환자들이 시력교정을 위해 안과를 방문했다가 녹내장 의심, 망막열공, 근시성 황반변성 등의 진단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

통상 눈의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망막질환 유병률이 높아지는 40대 이후부터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고도근시인 사람은 눈의 노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므로 20~30대라 하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최소한 1년에 1회 정도는 시력과 안압 측정을 비롯해 망막, 황반, 시신경 상태를 꼼꼼하게 파악하는 검사를 받아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조기 망막질환을 제때 발견할 수 있다.

(글: SNU청안과 박영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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