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무더위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질환은 ‘대상포진’이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나 더운 날씨로 인한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가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름에는 냉방기기의 잦은 사용으로 인해 더운 외부, 시원한 실내 온도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체온 조절능력이 떨어지거나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수두에 걸렸던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다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에 수두에 걸렸다가 그것이 낫는 과정에서 수두 바이러스가 몸 안에 남고, 시간이 지나 면역력 저하 등에 의해 발현되는 것이다.
증상으로는 초기에는 몸살과 비슷한데, 열이 나며 전신 피로감이 느껴진다. 2~3일이 지나고부터 몸에 띠 모양의 발진, 사선이나 가로 형태의 수포가 나타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피부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고, 대상포진을 겪고 난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좌골신경통 등 신경통이 있을 수 있다.
대상포진을 단순한 피부병으로 생각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상포진은 피부질환이자 감염질환이며 척수신경질환 또는 뇌신경질환에 속한다. 특히 신경을 따라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뇌신경과 척수신경(경추, 흉추, 요추 및 천추)을 침범할 수 있다.
특히 일반적인 진통제를 복용하더라도 쉽게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만큼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치료 시기를 놓쳐 신경 손상이 발생하면 만성적인 신경통 등에 시달리기 쉬우므로 증상 초기에 진단을 받고 대처해야 한다.
치료 골든타임은 피부 발진이 관찰되기 시작한 후 72시간 이내다. 피부 발진이 발생하고 최소 3일 안에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통증의 발생 빈도와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조기에 시작할수록 치료 기간을 수년에서 한 달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대상포진 진행 범위에 따라 신경차단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신경차단술은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신경절에 직접 약물을 주사해 신경에 나타난 염증을 없애는 방법이다. 이때 치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초음파, 씨암(C-arm) 장비를 활용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한 질환이므로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50세 이상이나, 가족 중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 이미 대상포진에 걸려 치료를 받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치료 12개월이 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접종 시 50% 이상의 예방 효과가 있으며 병을 앓더라도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후유증도 60% 정도 예방 가능하다.
생활 습관 관리도 필수다. 균형 잡힌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으로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당뇨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라면 발병 및 재발 위험이 높아 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글 : 창동신세계마취통증의학과 김형준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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