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서울시에서 발생한 폐의약품은 총 18만2천806kg으로 집계됐으며 매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1만2천86kg에서 시작된 폐의약품은 12월에 1만6천544kg에 달했다. 이 수치는 폐의약품 수거함을 통해 수거된 양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실제 폐기된 의약품의 양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폐의약품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 유통기한 임박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의 경우 대부분 유통기한이 1년에서 2년 사이다. 그러나 이 유통기한은 개봉 전을 기준으로 하며 개봉 후에는 유통기한이 크게 줄어들어 약효가 감소하거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5세 아이를 키우는 한 소비자는 "아이의 열을 내리기 위해 소아용 해열제를 구입했으나 아이가 금방 완쾌되면서 남은 약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약품의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사용하지 않은 채로 버려지면 그 성분이 토양, 지하수, 하천으로 유입되 환경을 오염시킨다. 항생제 성분은 내성균 확산을 촉진해 슈퍼박테리아 발생의 위험성을 높인다. 특히 피임약 성분은 수중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해양생물 번식문제와 해양생태계 파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오염은 결국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제약 업계에서도 의약품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연구 등 폐의약품 감축을 위해 나서고 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알약의 사용기한은 보통 2~3년, 안약은 개봉 후 한 달, 연고는 개봉 후 반년 정도다. 그러나 사용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개봉 후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약물의 변질이 시작돼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용기한이 지났거나 변질이 우려되는 의약품은 폐기하는 것을 권장된다.
알피바이오는 경구용 젤리 제형 의약품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아 이런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알피바이오 관계자는 "젤리 제형으로 제작한 소아용 해열제가 출시될 경우 개봉 후 유리병에 보관하더라도 제시된 유통기한 동안 폐기 없이 보관과 복용이 가능하다"며 제형과 유통기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제품 안정성 확보와 유통 기한을 늘리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 동결 건조를 통해 제품의 안정성과 유통 기한을 확보한다.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고부가가치 의약품 중 단백질 의약품은 특성상 액체 상태에서 안정성이 떨어지는데 경우가 발생한다. 셀트리온은 이러한 문제를 동결 과정을 통해 수분을 제거하고 제품 안정성과 유통기한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식품의약국(FDA) 차원에서 연방 비축 약품의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테스트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온도, 습도, 빛 노출과 같은 환경 요인이 통제된 장소에서 저장됐을 때 유통기한이 얼마나 연장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요인을 고려해 의약품의 안정성을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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