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수술법에서 문합 방향 바꾸니 수술 합병증 절반, 장폐색은 3분의2 이상 감소

장 전체에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 희귀질환인 크론병은 장폐색, 누공, 농양 등 합병증으로 심한 출혈 등이 동반된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질환의 특성상 재발 가능성이 크고 합병증도 잦아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25%나 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졌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윤용식·이종률 교수팀은 장의 잘린 부분을 다시 이어주는 문합술의 방향을 바꾼 새로운 크론병 수술법을 고안·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수술방법에 비해 합병증 발생률은 절반으로 감소하고, 장폐색 발생률은 3분의 2이상 낮아지는 등 환자 예후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크론병 수술은 장의 일부를 잘라내고 봉합해야 하는데, 수술 부위가 넓어 바늘과 실로 하는 문합술보다 스테이플러를 이용한 문합술을 시행한다. 일정한 간격과 압력으로 봉합을 할 수 있어 조직 손상이 적고 수술시간이 줄어들어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적어진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법인 스테이플링 문합술(Conventional Stapled Anastomosis, CSA)은 장의 끝부분을 가로로 잘라낸 후, 이 잘린 부분을 다시 이어주는 방식으로, 장의 절단면 주변에 주머니처럼 불룩한 부분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음식물이나 대변이 쌓여 염증이 생기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윤용식 이종률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윤용식 이종률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윤용식·이종률 교수팀은 기존의 수술법을 보완하기 위해 문합술의 방향을 바꾸는 새 수술법인 ‘델타형 스테이플링 문합술(Delta-Shaped Anastomosis, DSA)’을 고안했다. DSA 수술법은 장을 자른 후 잘린 부분을 가로로 이어주는 기존 수술법 대신 90도 수직으로 폐쇄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장의 연결 부위가 그리스문자 델타(Δ) 모양처럼 보이게 되며, 기존 수술법에 비해 문합부위가 넓어 장 내의 내용물이 매끄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델타형 문합술은 장의 주머니 형성을 방지하고, 음식물이나 대변이 쌓이지 않도록 하여 염증 및 재발률을 줄여준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소장 및 대장 절제술을 받은 크론병 환자 175명을 대상으로 평균 20.7개월을 추적관찰하며 예후를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175명의 환자 중 92명은 새로운 DSA수술법을 적용받았고, 83명은 기존의 CSA수술법을 적용받았다.

연구 결과, DSA수술법을 적용한 환자군에서 수술 후 30일 이내 합병증 발생률이 16.3%로, CSA수술법을 적용받은 환자군의 32.5%보다 절반가까이 낮았다. 장폐색 발생률도 DSA환자군이 4.3%로 CSA환자군 14.5%보다 3분의 2이상 줄었으며, DSA환자군의 평균 입원 기간은 5.67일로 CSA환자군의 7.39일보다 짧아 환자들의 회복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복강 내 혈종 발생률, 수술 후 출혈량 등을 비교해봤을 때 새로운 DSA수술법을 적용한 환자군에서 전반적인 예후가 긍정적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윤용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크론병 문합술이 기존의 기법에 비해 수술 후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기술이 크론병 환자들의 수술 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크론병 환자들의 합병증과 장폐색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인 이번 수술법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세계소화기외과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intestinal Surgery)’에 최근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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