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는 신체에서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한 기관인 만큼, 구조가 불안정하고 손상도 쉽게 입을 수 있다. 어깨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도 다양하므로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고 그에 따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슬랩 병변이라 불리는 관절와순 파열은 명칭은 낯설지만 흔하게 발생하는 증상이다. 관절와순이란, 어깨 관절을 이루는 뼈 가운데 견갑골의 관절와 가장자리를 둘러싼 섬유질의 연골을 말한다. 특히, 위쪽 관절와순의 경우 팔의 장두건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연결 구조가 무릎의 반월상 연골처럼 뼈에 느슨하게 부착된 구조와 흡사하여 상대적으로 손상을 입기 쉽다.

김포 연세더바른병원 고민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김포 연세더바른병원 고민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관절와순은 상완골이 어깨뼈에서 벗어나지 않게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팔의 과도하고 반복적인 사용과 외상 등으로 인해 관절와순이 파열되면, 어깨 통증과 함께 어깨가 불안정해지게 된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가 결리고, 증상이 심하면 어깨가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팔을 위로 올리거나 뒤로 젖힐 때, 옷을 머리 위로 입고 벗을 때 등 특정 동작(주로 와인드업 자세)에서 통증이 유발된다. 투수 등 공을 던지는 운동선수에게서는 구속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외에도 갑자기 어깨와 팔에 힘이 빠지는 데드암 증후군(Dead arm syndrome)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요 원인에는 관절순 상부의 압박, 견인, 어깨 관절 내회전 결핍(GIRD) 등이 있다. 과거에는 야구선수 등 주로 운동선수에게서 많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20~30대의 젊은 층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다. 야구 외에도 수영, 테니스, 농구 등 팔을 머리 위로 휘두르는 스포츠에서 주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외상으로 인한 파열도 원인 중 하나로, 낙상 등의 사고나 어깨를 부딪쳐 다치거나 넘어질 때 손을 짚는 경우, 팔을 머리 위로 휘두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경우 등 일상생활에서도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관절와순 파열은 손상된 부위에 따라 진단이 달라진다. 위쪽 관절와순이 장두건과 함께 앞쪽부터 뒤쪽까지 뼈에서 떨어지는 것을 상부 관절와순 파열(슬랩 병변), 아래쪽 관절와순이 부착 부위로부터 떨어진 것을 전하방 관절와순 파열(방카르트 병변)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개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발병률을 보이며,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도 연령별 진료 인원 통계에 따르면 20대가 5,843명(27.3.3%)으로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으며, 30대와 10대가 그 뒤를 이었다.

관절와순 파열은 질환을 특정할 만한 특징적인 증상이 없고, 다른 어깨 관절 질환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일반 MRI 검사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어, 진단 시 조영제를 통한 MRI 검사를 권장한다. 이러한 검사로도 진단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관절 내시경으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손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통증을 유발하는 특정 동작을 자제하면서, 근력 강화 운동, 물리치료 등의 보존 치료를 선행하여 증상 개선을 도모한다. 이를 통해 급성기 통증을 조절하고 관절의 무리한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비교적 뚜렷한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손상이 심하거나 여러 차례 진행한 보존 치료에도 호전하지 않는다면,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수술은 관절와순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진행되는데, 찢어진 관절와순을 다듬어 주는 방법부터 원래 모양으로 봉합하는 수술까지 다양하게 시행할 수 있다. 이때 보편적으로 관절 내시경을 활용하여 관절의 상태를 관찰함과 동시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어깨관절 내시경은 1cm 미만의 최소 절개로 내시경을 관절 내부에 삽입하여, 병변 부위를 직접 확인하며 손상 부위를 다듬고 관절와순을 봉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절개 부위가 작고 출혈이 거의 없어,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일반인에게서도 관절와순 파열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을 방치하면 습관적인 어깨 탈구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의료진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 : 김포 연세더바른병원 고민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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