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티드(semaglutide)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40~70%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의대 롱 쉬 교수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전자 건강 기록(EHR)을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협회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됐다.

세마글루티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널리 사용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식욕 억제와 체중 감소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비만과 관련된 여러 합병증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

위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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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2017년 12월부터 2021년 5월까지의 데이터를 사용해 알츠하이머병 진단 이력이 없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09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세마글루티드와 다른 항당뇨 약물 7가지를 복용한 환자들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무작위 임상시험을 모방한 통계적 접근법으로 비교했다.

분석 결과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한 환자들은 다른 항당뇨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40~70% 낮았다. 특히 인슐린과 비교했을 때 위험이 67% 감소했으며, 다른 GLP-1 작용제와 비교해도 41% 낮았다. 이러한 효과는 환자의 연령, 성별, 비만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세마글루티드는 뇌 내 염증을 줄이고 신경 보호 기능을 제공할 수 있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의 효과가 체중 감소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마글루티드는 체중 감량 외에도 심혈관 질환 개선, 혈당 조절 등의 건강 상태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롱 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마글루티드가 알츠하이머병 발병 및 진행을 늦추는 데 잠재적인 임상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실질적 증거를 제시한다"며 "하지만 연구의 관찰적 특성으로 인해 인과 관계를 확정짓기는 어렵고, 추가적인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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