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강박, 섭식장애' 조장하는 미디어 영향 커
뇌·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사망률도 높아
일부 권역에서 2010년대 초에 진행한 조사결과 소아·청소년의 섭식장애 평생 유병률은 0.5%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섭식장애의 청소년 평생 유병률은 2.3%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섭식장애의 환자 80%가 25세 이하일 만큼 이 문제는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호르몬 변화, 신체·정서적 성장, 또래 문화 등으로 인해 섭식장애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마른 몸과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의 근본 원인에는 우울감, 불안함, 자존감 저하, 완벽주의와 같은 심리적 어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외모나 체중에 대한 부정적인 자극이 더해지면 섭식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청소년기는 급격한 신체 변화와 또래 간 평가에 매우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그 위험이 더욱 크다.
◇ SNS의 영향, '프로아나', '뼈말라' 등 유해 콘텐츠 확산
청소년들은 SNS의 영향까지 더해져 몸무게 강박에 사로잡히고, 이는 섭식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 SNS에서는 10대 사이에서 거식증을 찬성한다는 뜻의 '프로아나', 먹고 토한다는 뜻의 '먹토', 뼈가 보일 정도로 말랐다는 뜻의 '뻐말라' 등의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청소년 섭식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미디어의 영향을 꼽는다. 드라마, 예능, 그리고 SNS에서 마른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반복적으로 접한 청소년들이 깡마른 몸에 대한 동경을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
그 결과 청소년들은 다이어트와 외모 강박이 심해지고,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푸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거식증과 폭식증은 이처럼 악순환을 반복하며 동시에 나타날 수 있으며 환자에 따라 일부 증상만 나타나기도 한다.
이제는 유튜브만 켜도 ‘뼈말라’, ‘프로아나’ 등 거식증을 지향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도전먹방’, ‘폭식일기’ 등의 폭식증 콘텐츠의 인기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 뇌 발달 방해와 생명 위협하는 청소년 섭식장애의 심각성
청소년 시기에 발생하는 섭식장애는 뇌와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체적으로는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해 저체온, 저혈압, 무월경, 탈수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극단적인 저체중에 이르게 되면 걷지 못할 정도로 신체가 약화되어 입원 치료가 필요하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거식증은 진단 후 10년 이내 사망률이 5~10%에 이르며, 이는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이 중 약 20%의 환자는 만성화되며,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치료가 어렵다. 심지어 거식증으로 사망한 환자 5명 중 1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고도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 '마른 몸' 강조하던 틱톡커, 계정 정지...SNS 유해 콘텐츠 규제
섭식장애는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그 심각성과는 달리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마른 몸을 선호하고 다이어트에 과도한 관심을 쏟아 청소년 섭식장애의 위험을 더 키우고 있다.
이에 사회와 가정, 학교 등에서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광고와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는 다이어트를 미화하거나 극단적 체중 감량을 강조하는 방식을 지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SNS에서는 섭식장애를 조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최근 SNS 플랫폼 틱톡에서는 과도하게 마른 몸을 자랑하고 전시하는 한 인플루언서의 계정을 정지하는 사례도 있었다. 해당 인플루언서는 '뼈말라 다이어트'로 유명해지며 수많은 팔로워를 모았다. 그는 자신의 체형 유지 비법과 식습관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다이어트를 조장했다.
예를 들어 성인이지만 매장에서 아동용 옷을 구매해 자랑하거나, 하루 식단을 단백질 쉐이크와 전해질 음료로만 구성하는 등의 콘텐츠를 올리며 섭식장애를 미화하고 조장했다. 이에 틱톡은 섭식장애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제작한 것을 이유로 해당 계정을 정지했다. 이러한 규제는 청소년을 보호하고 잘못된 정보와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 가정·학교 섭식장애 위험성 교육 필요, 초기 대응 프로그램 시행해야
가정과 학교에서도 청소년들에게 섭식장애의 위험성을 알리고 건강한 신체 이미지와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식증은 체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가능하지만,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어 발견이 어려울 수 있다. 가정에서는 자녀가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다이어트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이러한 조짐이 보인다면 정상적인 식사 습관을 회복하도록 유도하되, 변화가 없을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한 전문가는 "섭식장애의 영향을 받기 쉬운 청소년들에게는 이를 예방하고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교육을 학교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대학생을 위해서도 질병 초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예방·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섭식장애와 외모 강박은 꾸준히 지적돼 온 사회적 문제지만, 그에 비해 적극적인 대처 방안과 문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계속해서 심화되는 청소년과 젊은 층의 섭식장애 문제를 막기 위해 개인과 사회의 관심과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이며, 개인과 사회는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체중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장려하고, 관련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하은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