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증상 체크로 대처해야
문제는 화병을 단순 감정 문제로 치부하고 방치하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병은 가슴 답답함, 불면증, 소화 장애 등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동반하며 심각한 경우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화병, 방치하면 고혈압·뇌졸중 등 만성질환 부른다
화병은 ‘기(氣)가 막히고 화(火)가 위로 치솟는 증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이 쌓이면서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나타난다. 주로 답답함과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두통, 온몸이 쑤시는 증상 등이 나타나며, 우울감, 불면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심하면 만성적인 분노로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 위험한 신체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화병의 4단계, "분노·갈등·체념·증상"
화병은 보통 분노기, 갈등기, 체념기, 증상기 4단계에 거쳐 발생한다. 분노기는 화를 직면했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르는 시기로, 분노가 치미는 증상이 특징이고 몇 분 혹은 며칠이 지나면 분노기는 끝난다. 갈등기는 분노기를 지나 분노를 해소하는 시기에 나타난다. 고민이 많고 불안하거나 쉽게 놀라는 등 정신적인 증상이 많다. 체념기는 분노를 억제하고 참는 생활을 지속하는 단계다. 감정이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같은 스트레스를 겪으면 증상으로 연결되고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 쉽다. 마지막 증상기는 오랫동안 억울함을 느껴 분노와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많다. 화병의 신체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화병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화병 환자 중 증상기가 가장 많다고 보고됐다. 화병 증상이 특별한 외상이 없어 가볍게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서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며, “자칫 큰 증상 또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분노기나 갈등기에 해당하는, 빠른 시일 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화병 자가진단법은 다음과 같다. 아래 항목 중에서 4개 이상에 해당된다면, 화병일 가능성이 있다. 의료진에게 상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화병 자가진단 체크 리스트]
1.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혀서 힘들다.
2.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들어 힘들다.
3. 얼굴이나 가슴에 열감으로 힘들다.
4. 목이나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져 힘들다.
5.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많이 든다.
6. 마음속에 화가 쌓여 있거나 분노가 치민다.
◇긴장성 두통에는 '풍지혈', 불안하고 답답할 땐 '전중혈'
자가진단으로 화병이 의심된다면 지압법을 통해 단기적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머리를 받치는 근육이 긴장돼 긴장성 두통이 생기기 쉽고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기 쉬운데, 이때 ‘풍지혈’을 지압해 주면 좋다. 풍지혈은 뒷목과 머리가 이어지는 곳의 움푹 들어간 부위를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고 나머지 손가락으로는 뒷머리를 감싸서 고개를 천천히 움직여주면 근육이 풀리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불안, 초초, 가슴 답답함을 느낄 때에는 흉골 중앙에 있는 ‘전중혈’을 지압해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불안하거나 초조하면 교감신경이 과활성화 되면서 흉곽 상부의 근육들이 긴장하고 어깨가 올라가며 가슴이 움츠러드는 자세가 된다. 이러한 자세는 스트레스 반응을 강화 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화병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심리 상담을 받거나 약물 치료를 고려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단순히 증상을 없애는 것을 넘어, 환자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김윤나 교수는 “화병은 명절이 끝난다고 단기간에 나아지기 어렵고 치료가 쉽지 않은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며, “화병 예방은 감정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서 시작하므로 화병의 원인이 되는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스스로 이끌어갈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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