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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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노이즈(Food Noise)'라는 개념이 주목 받고 있다. 이는 음식에 대한 집착적인 생각과 반복적인 사고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최근 푸드 노이즈가 공식적인 의학적 진단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문제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집중 조명했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이런 푸드 노이즈를 줄이거나, 완전히 사라지게 한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도 푸드 노이즈라는 개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로버트 쿠슈너(Robert Kushner)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의과대학의 비만 의학 교수는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을 통해 "GLP-1 약물을 투여받은 많은 환자들이 음식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면서 "이런 사례를 통해 푸드 노이즈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레이첼 골드먼(Rachel Goldman) 미국 뉴욕 대학교 그로스만 의과대학의 심리학자 교수 역시 "푸드 노이즈가 줄어들기 전까지는 자신이 음식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2023년 11월에 학술지 Nutrients에 발표된 연구에서 푸드 노이즈는 "음식에 대한 집착적이고 반복적인 사고"로 개념화 되고 있다. 푸드 노이즈를 유발하는 요인은 크게 배고픔, 음식에 따른 내적 신호와 음식의 냄새나 외형을 통한 외적 신호로 나뉜다.

이런 신호들은 음식과 관련된 생각을 계속 반복하게 만든 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하루의 80~90%를 음식에 대한 생각으로 채우며, 이는 스트레스와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푸드 노이즈는 배고픔이나 식량 불안과는 무관하며, 음식에 대한 지나친 생각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태다. 일례로 사람이 하루의 80~90%를 음식에 대해 생각하며 보낼 수 있다. 심지어 식사 중에도 다음 끼니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불안, 죄책감, 수면 장애 등이 발생하며,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푸드 노이즈가 적은 사람은 음식에 대한 생각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거나, 백그라운드 소음처럼 가볍게 느낄 수 있다.

이 현상은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특히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들이 더 많이 경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비만일 경우 음식에 대한 과도한 생각은 체중 감량을 어렵게 하고, 식습관 관리에 방해가 된다. 섭식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다이어트를 반복해온 사람들도 푸드 노이즈를 더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또 불규칙적인 식사나 엄격한 식사 규칙을 따르는 사람도 이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식습관과 식품 안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올토렉시아(Orthorexia)' 환자들 사이에서도 푸드 노이즈가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로렌스 체스킨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영양학 교수는 푸드 노이즈를 “음식에 대한 과도한 생각이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GLP-1 약물과 푸드 노이즈의 관계

GLP-1 수용체 작용제(오젬픽, 위고비)는 푸드 노이즈를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은 뇌와 소화기관의 수용체에 작용해 배고픔과 음식에 대한 과도한 보상 반응을 억제한다.

로렌스 체스킨 교수는 "GLP-1 약물은 뇌의 보상 중추와 같은 영역에 영향을 미쳐 음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억제하는 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학술지 Addic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GLP-1 약물이 알코올 및 약물 중독 환자의 치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는 푸드 노이즈가 단순히 음식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뇌의 보상 체계와 연관된 깊은 문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푸드 노이즈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루 세 끼를 정해진 시간에 섭취하며, 몸과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는 규칙적인 식사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한하지 않고, 허용함으로써 결핍감을 줄이는 일, 음식을 섭취할 때 맛, 냄새, 질감 등 감각에 집중하며 식사를 즐기는 방법이다.

또 수면, 운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분 섭취 등 기본적인 건강 습관을 점검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꼽힌다. 운동, 독서, 음악 감상 등 도파민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에 몰두하면 푸드 노이즈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수잔 알버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심리학자는 “음식에 대한 생각을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억제하지 않고, 건강한 방식으로 음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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