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종(lipoedema, Lipedema)은 거의 여성에서만 나타나는, 피부 아래에 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이다. 흔히 고도비만이나 림프부종(lymphoedema)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발병 원인이 다르다.

지방부종의 유병률은 서구인에서 6~11%로 알려져 있지만, 동양인에서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을 정도로 드물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서도 차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방부종은 정확한 발생 원인은 모르지만 필자는 가족력이나 유전적인 요인, 내분비대사 이상, 나쁜 식생활 습관 등으로 호르몬 변화와 영양 불균형이 초래되고 이어 체내에 림프슬러지가 축적돼 지방이 무한 증식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여성의 사춘기에 주로 시작되는 게 그 이유다.

지방부종은 하지가 원통 기둥 모양으로 변하는 기둥형(column)과 지방덩어리 또는 지방엽이 커져 하지, 등짝, 엉덩이, 팔뚝 등이 다발적으로 울룩불룩 통통한 엽편형(葉片形, lobar)으로 분류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지방부종은 젤라틴 알갱이 같은 느낌의 지방이 만져진다. 경증에서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나 중등도 내지 중증이 되면 일정한 압력이 느껴지며 통증이 감지될 수 있다. 정상 피부의 지방은 부드럽고 온기가 느껴지지만, 지방부종의 지방은 스펀지 같고 차갑게 느껴진다.

또 개인차가 있어 미세정맥류나 거미줄형 정맥이 생기기도 하고, 멍이 잘 드는 마델룽병(Madelung’s disease, 목 어깨 상체 여러 곳에 대칭적인 지방종이 자람)이나 촉감과 압각에 더 민감하고 통증을 동반한 더컴병(Dercum’s disease, 피하에 고통스런 지방 축적)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비만이 지방부종과 직결되지 않지만, 지방부종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체질량지수(BMI) 기준으로 비만이다. 지방부종은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잘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포자기하고 비만을 방치하면 지방부종은 더욱 악화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비만과 마찬가지로 조화로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 필요하다.

지방부종은 외형상 림프부종과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지방부종은 양다리의 퉁퉁함이 대칭적으로 나타나지만 림프부종은 대체로 비대칭적이다. 림프부종은 한쪽 다리가 다른 쪽 다리보다 부종이 더 심한 양상을 보인다. 림프부종은 자궁암이나 난소암을 수술할 때 림프절을 대거 절제함으로써 초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방부종은 호르몬 관련 또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하다.

림프부종은 눌러도 아프지 않고 무릎이나 피부에 주름이 잡히지만, 지방부종은 중등도 이상에서 누르면 아플 수 있고, 무릎이나 피부에 주름이 없고 편평하다. 림프부종은 발등이 심하게 잘 붓지만, 지방부종은 잘 붓지 않는다. 림프부종은 초기에 환부를 누르면 피부가 쑥 들어갔다가 한참 후에 다시 나오는 ‘함요현상’을 보이는 반면 지방부종은 이런 함요부종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지방부종은 초음파검사 상 혈류는 정상이지만, 단층으로 보면 지방층이 두껍고 지방종괴가 관찰된다. 림프 흐름은 대체로 원활하지 않아 ‘림프질환에 근접한 경계선’ 상태를 보인다. 반면 림프부종은 림프액이 벌집 모양처럼 축적된 게 관찰된다.

지방부종의 치료는 림프부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도수마사지나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해 지방종괴를 해소하고 림프 상태를 개선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사지는 결체 조직을 굳게 하는 섬유조직을 연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압박요법은 부기, 통증, 둔중감을 줄이고 증상의 악화를 지연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림프부종에 비하면 그 효과가 적다. 이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심해진 경우에는 지방흡입술을 시행한다.

또 ‘데코벨요법’도 있다. 이는 기존 마사지 및 압박요법 외에도 전기자극치료인 ‘엘큐어리젠요법’과 림프 해독을 아우른다. 엘큐어리젠요법은 림프슬러지를 녹여주는 효과로 지방부종의 진행을 늦출 수 있고 혈액 및 림프순환을 촉진해 부종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세포내 음전하가 방전되면 통증을 유발하는데 엘큐어리젠요법은 세포충전을 통해 통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 통증을 동반한 지방부종 환자들에 적용할 만하다.

이에 더해 케톤식이요법도 권한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단백) 다이어트의 일종으로서 탄수화물 대신 지방이 분해돼 생성되는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함으로써 체중 감소 및 지방부종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글 :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