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레터는 과학·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주)하우즈미디어커뮤니케이션랩이 기획한 콘텐츠로, 해당 분야의 최신 동향과 전문가들을 위한 주요 사례를 제공합니다.

보건복지부가 될 수도 있겠고,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일 수도 있겠다. 병원을 포함한 의료 기관에도 필수적이며, 각종 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는 물론 피트니스 클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기업에게도 '뉴피플'인 MZ들을 상대로 어떻게 '건강'을 잘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너무나 중요해 보인다. 물론, 건강 관련 이슈를 전하고 설득하는 '전통적인' 방법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공포소구를 사용할 것, 팩트를 정확히 전달할 것, 메시지를 반복할 것 등 기성 세대와 건강 이슈를 소통하는 일반적인 방법들은 다들 쉽게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 보도들(예: "혈당 조절에 주목! MZ 세대 건강관리 트렌드", 덴 매거진, 2024.09.04.; "MZ 세대와 함께! 깨끗한 나라, 서울숲서 벚꽃길 플로깅!", 뉴시스, 2025.04.10.; "제철음식 찾는 MZ세대, 신선식품 사전예약이 뜬다!", 서울경제, 2025.04.10.)과 관련 보고서, 주요 논문들은, '건강'이란 이슈는 동일해도 소통의 방법은 상당히 달라야만 MZ들에게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조언하고 있다. MZ들에게 건강을 전하기 위해 유념해야 하는 방법들에 대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소통 원칙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MZ에게 '건강'을 소통하는 방법 5가지 (유현재 대표 제공)
MZ에게 '건강'을 소통하는 방법 5가지 (유현재 대표 제공)
하나, '간지'가 있어야 한다. 폼이 나야 한다는 뜻이다. '있어 보여야 한다!'는 말과도 통한다. 예를 들어, 결국 건강에 도움되는 달리기를 한밤 중에 여럿이 모여 하는 것 뿐이라도, '러닝 크루'라고 근사한 이름을 붙인다거나 '나이트 런'이라 포장하며 세계적 브랜드가 후원하면, MZ들의 관심은 극도로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뜯어보면 별것도 아닌데 '있어 보이게' 포장이 되면 MZ들은 건강을 일종의 문화나 이벤트로 수용하며 격하게 환영도 하고 참여하는 모습도 보인다. MZ들과의 건강 소통을 위해, 복지부 등 공공기관도 알고 있어야 하고, 각 기업들도 과감하게 적용해야 하는 원리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둘, 명분 혹은 가치를 적절히 붙여줘야 한다. 그러면 여지없이 반응한다. MZ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에 대한 매력을 보고 선택 및 소비하기도 하지만, 철학이나 신념 등이 마음에 들면 '명분 소비' '가치 소비'를 그 어느 세대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세대로 알려져 있다. 공정무역 커피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공정무역 비타민에 열광할 수도 있겠고, 청년 고용에 힘쓰는 의료 기관이나 정규직 위주 고용정책을 가진 피트니스 브랜드에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세대라는 뜻이다.

셋, 기/승/전/재미여야 한다. 태생적으로 진지할 수 밖에 없는 개념인 '건강'을 전달해야 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메시지도 이미지도 제대로 전해지기가 참으로 어렵다. 물론, 설득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복지부가 주도하는 청소년 대상 금연 소통인 '노담 캠페인'이 수년째 지속성을 갖는 이유는 어느 정도 Fun 하다고 MZ들이 느끼고 즐겨주기(?) 때문이다. MZ 대상 건강행동을 퍼뜨리고 싶다면, 재미 차원의 메카니즘부터 집요하게 기획해야 한다. '헬씨 플레져'란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란 뜻이다.

넷, 지극히 실용적이어야 한다. 금전적 이득도 깨알 같아야 반응하기 쉽다는 뜻이다. MZ를 포함한 청년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시의 손목닥터 9988은, 사용자가 본인의 건강을 위해 기기와 서비스를 활용하면 금전적인(?) 베네핏을 부여하는 새로운 플랜이다. '아니, 본인의 건강을 위해 본인이 노력하는데 돈에 준하는 포인트도 주고, 그외 다양한 실용적 이익까지 제공한다고?' 언뜻 기성세대가 들으면 이해가 어려운 설득 방법이지만, MZ를 향한 건강 소통에 '돈'이나 '포인트' '쿠폰' 등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어필 포인트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섯, 때로는 디지털이 아니라도 오케이다. MZ에겐 무조건, 덮어놓고 디지털로 소통해야만 한다는 마인드는 결코 전략적이지 않아 보인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디어가 디지털 기반의 유튜브나 SNS라고 해서, 모든 이슈의 소통에 예외없이 디지털만 유효하다는 주장은 전혀 전략적이지 않단 뜻이다. 버스 외벽 광고로 꾸준히 소통해 젊은 층에게 회자된 의료기관의 사례도 있었고, 드라마의 무대로 건물 전체를 내준 다음 해당 드라마가 초특급 인기를 누리며 엄청난 브랜딩 성과를 거둔 종합병원도 분명 있었으니 말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감동/반응/성공은 때로 아날로그에서 시작되고 본격화된다.

◇MZ들은 인공지능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우울하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우리는 보통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기엔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이런 순간, 인공지능이 새로운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내 말을 누가 진심으로 들어줄까?"라는 질문의 답이 꼭 인간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요즘 AI 기술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걸 넘어서, 우리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10대에서 20대 이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국내 인공지능(AI) 서비스인 '뤼튼'은 '나만의 AI'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를 건넨다. 실제로 의학적인 성공도 거두고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개발한 '테라봇(Therabot)'은 우울증, 불안장애, 섭식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8주간 사용한 후에 우울증 증상은 평균 51%, 불안증은 31%, 섭식 장애 관련 걱정은 19% 감소하는 등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살 충동을 감지했을 때 즉각 핫라인으로 연결해주는 긴급 대응 기능까지 있다는 점이었다.

세계 첫 텍스트 기반 심리상담용 AI 챗봇 '워봇(Woebot)'도 인지상담이론(CBT)을 바탕으로 부정적 생각과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임상 연구에서 워봇을 사용한 사람들의 우울증과 불안감 지수가 각각 19%, 24%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마인들링'은 스마트워치와 연동해서 걸음 수, 심박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의사가 옆에서 조언해주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또 '레디(Ready)'는 음성 일기로 목소리 높낮이와 속도를 분석해서 우울 정도를 건강, 중등도, 위험으로 나눈다. 초기 징후가 감지되면 산책 같은 간단한 행동을 추천하고,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상담센터나 의료기관으로 연결해주는 방식이었다.

AI 상담의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AI는 대화 이외에 얼굴 표정, 음성 패턴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우울증 징후를 빨리 감지하고, 감정 기복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된 분석이 가능하다.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상담이 가능하고, 특히 밤에 불안감이 심해지는 사람들에게 24시간 대화 가능한 AI는 큰 도움이 된다.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의료기관으로 연결해주며, 사용자 반응과 패턴을 학습해서 점점 더 정교한 대화가 가능해지는 추세다. 인간 상담자와 대면할 때 느끼는 심리적 부담과 판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어서, 특히 처음 상담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AI 상담에도 한계는 있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고, 때로는 제대로 된 공감대 형성에 실패할 수도 있다.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AI가 인간 치료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 특히 정신 건강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상황에서 AI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안한 마음으로 폰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 스마트폰 속 AI가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오늘 하루 어땠어?"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대화가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AI가 진짜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술이 우리 정신 건강을 돌보는 새로운 방식을 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 오늘 밤, AI와 한번 대화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자가 ‘뤼튼’의 ‘나만의 AI’ 서비스를 통해 위로를 받는 장면 (유현재 대표 제공)
필자가 ‘뤼튼’의 ‘나만의 AI’ 서비스를 통해 위로를 받는 장면 (유현재 대표 제공)

(글 : 유현재 대표 | 정휘관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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