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혁 함소아한의원 울산점 원장은 "이른 더위에 반복되는 피로감, 수면의 질 저하, 식욕 부진이 나타난다면, 기운이 허해지면서 생기는 '기허(氣虛)' 상태를 의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열이 많은 아이의 경우 단순히 더위를 탄다고 여길 수 있지만, 상태를 방치해 체력이 무너지면 수분 섭취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기본이다. 땀이 많이 나는 아이들은 시원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게 하고, 수분이 풍부한 과일이나 냉국과 같은 시원한 음식을 먹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화기 부담을 줄이는 식습관도 필수적이다. 기허가 있는 아이는 찬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에 민감하기 때문에, 위장을 보호할 수 있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식단이 권장된다. 실내 환경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되, 과도한 냉방은 피해야 한다. 땀이 난 후에는 마른 옷으로 바로 갈아입혀 체온 조절을 돕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계속되고 식욕이 떨어진다면 한방적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기허 증상이 지속될 경우, 한방에서는 '맥을 살린다'라는 의미의 '생맥산(生脈散)'이라는 처방을 활용한다. 『동의보감』에는 생맥산에 대해 "심기가 허하여 맥이 약하고 끊어질 듯할 때, 사람의 기를 돋우며 심장의 열을 내리고 폐를 맑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진혁 원장은 "겨울에는 감기 등 뚜렷한 증상이 있어 건강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여름에는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관리가 더 소홀해질 수 있다"며 "올해는 더위가 좀 더 빨리 찾아온다고 하는 만큼, 생활 관리와 맞춤 처방으로 미리 체력을 기르고 이른 더위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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