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곳에 병원을” 주춧돌 정신으로 설립 … 저소득 환자 많은 화상환자 위해 전문센터 구축, 재단 설립해 경제적·정서적 지원까지
맹인점자도서실, 나환자촌 지원, 순회무료 진료 등 소외된 이웃 도와 … 첫 민간 자선병원인 성심자선병원까지 설립
윤덕선 박사와 병원 의료진은 개원 초창기부터 월 2회씩 순회무료진료를 다니고 영세민을 무료로 진료했다. 순회무료진료 당시 추가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는데 환자수가 늘어 1975년에 이들을 위한 성심자선병원을 설립했다. 성심자선병원은 국내 첫 민간 자선병원으로, 1982년 6월까지 약 7년 반 동안 영세민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했다. 이 기간 성심자선병원이 진료한 환자는 총 9만9744명에 이르며, 수술환자는 1963명, 외래환자는 6만2294명이다. 당시 진료비는 17억6000만원인데 이를 현재 통화가치로 환산하면 116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인점자도서실을 운영했고, 양성 나환자촌을 지원했으며, 중복·중증장애인을 위한 보호시설인 라파엘의 집에 약 1만평의 땅을 매입해 기증했다. 또 국민영양실태조사를 2회에 걸쳐 시행해 국내 높은 영아사망률, 영양실조, 수인성 감염병의 실태를 찾아냈다. 1981년에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과거와 현재, 보건의료의 세계적 추세, 2000년대의 보건의료 문제를 총망라한 ‘보건백서’를 발간했다. 당시 국가적 과제였던 ‘국민 보건향상’을 위한 지침서 격인 백서가 국내 최초로 집대성된 것이다.
소외받은 계층에 많은 화상 사고 … 화상치료센터를 설립하고 중증 응급환자 전문 케어
그런 정신이 이어져 1986년 3월 한강성심병원에 화상치료센터가 개설됐다. 국내 첫 화상 전문 치료기관이 됐다. 화상치료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외면 받고 있던 분야였다. 하지만 당시 화염병 시위와 열악한 노동환경, 대형사고 등으로 중증화상환자가 넘쳤고 전문적인 화상치료 병원이 없었기에 화상환자들은 하나같이 한강성심병원을 찾았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때 분신을 시도한 학생과 노동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 후송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화상 환자를 완벽하게 돌볼 수 있는 기관은 많지 않았다.
당시 병원에도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은 3명뿐이었는데, 그럼에도 화상 환자는 계속 늘었다. 화상 전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낀 병원은 화상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1994년 서울 아현동에서 일어난 가스폭발 사고, 1997년 괌 여객기 추락사고, 1999년 인천 씨랜드 화재 사건,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최근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피해자까지 치료하면서 화상 전문병원으로 거듭났다.
윤대원 이사장은 “생명을 방치할 수 없었다. 생지옥 같은 화상치료를 누군가는 해야만 했다. 아무도 안 하니까, 우리라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현재 의료진은 60여 명으로 늘었고, 모든 의료진이 화상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훈련받은 상태다. 2006년 대학병원 중 최초로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화상환자의 41%에 달하는 환자를 한강성심병원이 치료하고 있다. 2016년 화상 환자([T31] 포함된 신체표면의 정도에 따라 분류된 화상) 2만5636명 중 한림대학교의료원이 치료한 환자 수가 1만497명에 달한다. 또한 대한화상학회는 한림대한강성심병원에 적을 두고 있으며 임원진 30명 중 12명인 40% 가량이 한림대학교의료원 교수진으로 이뤄져 있다.
한강성심병원을 찾는 이들 중에는 타 화상전문병원에서 진료받다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후송된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나 화상환자들은 이 병원을 ‘화상치료의 마지노선’ 또는 ‘화상의 메카’라고 표현한다.
‘한림화상재단’ 설립 … 치료에서 삶으로의 복귀까지 책임지는 사회사업활동도 활발
화상은 주로 저소득층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 못지않게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경우가 많다. 이에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은 2003년 비영리단체인 화상환자후원회를 설립했으며, 2008년부터는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을 설립해 국내외 저소득 화상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한림화상재단은 2018년까지 국내 780여명 환자들에게 24억원을, 해외 8개국 1200여명에게 무료진료 및 현지·초청수술을 펼쳐 18억원을 지원했다.
단순 치료비 지원뿐 아니라 화상환자의 삶의 질도 케어한다. 한림화상재단은 2013년 화상병원학교를 개교하고 장기간 치료로 학교출석이 어려운 소아청소년 화상환자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화상 아동청소년 및 장기간 입원 환자들의 심리적 문제를 예방하고 건강한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화상점프캠프, 맞춤형 복지 프로젝트,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또 화상환자를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전문가인 ‘화상 코디네이터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화상환자의 권익 옹호를 위해 세계적 활동도 펼친다. 한림화상재단은 2019년부터 영국 FEI(Face Equality International)를 포함한 전 세계 34개 NGO 기관과 안면장애인에 대한 인식변화 캠페인, 컨퍼런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들이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환우회 결성과 운영에도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며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199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한강성심병원 출신 화상환자 환우회 모임인 한울회는 매달 모임을 가지고 정보를 교환하며 환자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또 1999년에는 이 병원 출신 화상절단환자들의 재활 모임인 디딤돌도 결성됐다. 한강성심병원은 그해부터 매년 12월 ‘화상환자 후원의 밤’을 개최해 이들에 대한 후원금을 모아 이들의 재활을 지원하고 있다.
또 화상재단은 2014년부터 서울소방재난본부 소방관들과 몸짱소방관 달력을 만들고,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 가정 화상환자들의 의료 및 재활치료비로 지원하고 있다. 몸짱소방관 달력은 2019년까지 4년간 총 4만2529부가 판매됐으며, 기부금으로 4억2000만원 정도가 모여 이제껏 총 96명의 저소득 화상환자에게 전달됐다. 2019년에도 2019년 몸짱소방관 달력 1만2209부의 수익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연합모금 등이 더해진 약 9000만원이 재단에 전달됐다.
윤 박사의 ‘주춧돌’ 사상은 한림대학교의료원이 지속적인 사회공헌과 환자중심문화를 갖는 근간이 돼 왔다. 한림대학교의료원 산하 첫 병원인 한강성심병원이 설립된 이후 1972년부터 2018년까지 한림대학교의료원 산하 병원에서 무료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13만6000명에 이를 정도다.
2019년 스마트의료기관으로의 발전을 다짐하는 비전선포식에서 윤대원 학교법인일송학원 이사장은 “대한민국 사회의 주춧돌이 되고자 최상의 의료서비스와 사회공헌을 펼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AI가 보편화되고 있으나 기술만으로는 완벽한 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한없는 인간애 기반의 인술을 통해 진정한 의료 가치를 실현하자”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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