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의 과정에는 여러 가지 면역 체계가 관여되는데, 면역과 혈전 기전에 이상이 생기면 착상 실패나 습관성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많이 시행하고 있는 면역과 혈전 기전 이상을 알아보는 검사로는 항인지질 항체 검사, C단백, S단백 등의 혈전 경향 검사와 엽산 대사 이상 검사, 호모시스테인 검사, 혈액 응고 검사가 있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서 각각에 맞는 약물 치료를 하게 되는데, 혈전 성향증이 발견되면 저용량 아스피린과 헤파린 주사 치료를 하고, 엽산 대사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고용량 엽산을 투여하게 된다.

진료를 하다 보면 혈전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굉장히 많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실패할 경우 ‘다음에는 헤파린 주사를 쓰면 어떨까요?’라고 환자가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헤파린이나 아스피린 치료를 한다고 해서 임신 후 성적이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희선 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
이희선 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
헤파린 치료는 일부 혈전 질환에 해당될 때만 치료해야 한다. 항지질 항체 증후군으로 진단된 경우나 임신 중에 혈전 질환이 있는 경우, 유전적으로 혈전 경향 질환이 진단이 된 경우가 해당된다. 이런 경우가 아닌데 일반적으로 임신율을 올리기 위해서 쓰거나 아무런 면역학적 이상이 없는데도 유산율을 낮추기 위해서 헤파린 치료를 하는 것은 임신 성적을 올리지 않는다고 보고되어 있다.

저용량 아스피린 역시 복용한다고 모두 임신율이 올라가거나 유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아스피린은 특정 혈전 경향을 보이는 경우에 도움을 주는데, 헤파린이나 아스피린 모두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약물이기 때문에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쓰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또한 아스피린과 헤파린은 각각 병용을 금기하는 약물이 있다. 부신피질 스테로이드 제제는 당뇨약, 항응고제, 비스테로이성 진통 소염제 등 많은 약물과 병용 투여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간 질환, 골다공증 등의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 중 하나인 면역학적 이상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는 항인지질 항체, 항핵 항체, 항DNA 항체, 갑상선 항체 등의 자가면역 항체 검사와 자연살해(NK) 세포 검사가 있다.

면역학적인 이상이 발견됐을 때는 부신피질 호르몬이나 아스피린, 면역 글로불린 등 면역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다.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에 갑자기 중단하면 몸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투약을 중단할 때는 점진적으로 용량을 감소하며 중단하는 ‘테이퍼링’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

면역과 혈전 관련 질환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과 방침이 다 달라질 수 있고, 주사 치료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서 필요한 용량과 기간을 결정해야 한다. 특히 임신을 한 후에는 매우 주의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치료해야 한다.

(글 : 이희선 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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