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를 위해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과 환자 간의 원활한 소통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의료진이 환자에게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더라도 이는 향후 법적 책임을 묻는 증거로 활용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의료진의 형사 기소 여부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해외 주요국, 의료사고 대응 방식 정비… 소통 중심의 해결책 도입
업계에 따르면 해외 여러 국가들은 의료진과 환자의 적극적인 소통을 유도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과 법적 분쟁을 방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동시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사법 체계를 정비해왔다.
영국은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이 환자에게 사고 경위를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의료진이 유감을 표명하더라도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없도록 사과법(Apology Law)’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의료진의 형사 처벌은 주의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중과실치사죄에 한정하며, 환자의 사망 위험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만 기소한다.
스코틀랜드 역시 의료진의 설명 의무를 강조하면서, 중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에만 기소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의료진의 과실이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수준인지, 당시 의료진이 처한 상황과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일본은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에 환자와 유족에게 설명할 의무를 부여하며, 유족이 원할 경우 의사회 등 전문가 집단이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2008년에는 정상적인 의료 행위를 벗어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정부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는 단순한 과실의 경우 의료진이 환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했다고 인정될 때만 형사책임을 부과하며, 중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에는 간접적인 인과관계만으로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환자의 동의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의료진이 의학적 원칙에 따라 진료를 수행했더라도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의료진이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지 않았고, 사고로 인한 환자의 회복 기간이 2주 이내라면 형사 책임을 면제 받는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의료사고 소통법(Disclosure Law)’을 도입해 환자와 의료진 간의 적극적인 소통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사고로 인한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는 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의료원에서는 의료사고 소통법을 도입한 후 월평균 소송 건수가 기존 2.13건에서 0.75건으로 64% 감소했다. 또한, 소송과 관련된 평균 비용도 16만 7000달러(약 2억 4100만 원)에서 8만 1000달러(약 1억 1700만 원)로 57%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환자 권익 보호와 의료진 보호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의료사고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해외 사례를 참고한 제도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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