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변화로 찾아온 '계절성 우울' 그냥 방치해선 안 돼
적극적 관리 중요...필요하다면 의학적 도움받아야
이처럼 특정 계절에 반복적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을 ‘계절성 우울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발생 빈도가 높지만 봄철에도 일조량과 환경 변화로 인해 우울감이 심화될 수 있다. 봄의 햇살이 반갑지 않고 마음이 더 가라앉는다면 그 자체가 우리 몸이 보내는 ‘정신 건강의 신호’일 수 있다. 지금부터 봄철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 계절 바뀔 때 힘든 이유, 생체리듬의 교란
춥고 해가 짧은 겨울에 우울감을 느끼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봄철 우울증 또한 결코 드물지 않다. 일조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몸의 생체리듬이 무너지거나 호르몬 균형이 흐트러지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햇빛은 뇌 속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분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높이는 호르몬이며 멜라토닌은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특히 멜라토닌은 빛 자극이 적은, 어두운 환경에서 많이 분비된다. 겨울 동안 짧아진 낮에 적응했던 우리 몸에서는 봄에 갑자기 많아진 일조량에 멜라토닌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때문에 잠이 잘 안 오는 등, 생체 리듬의 혼란을 겪게 된다.
생체 리듬이 깨지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거나 과도한 졸림, 기분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봄이 되면 유난히 무기력하다’거나 ‘의욕이 줄고 피곤하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봄철 계절성 우울장애의 초기 증상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 화사한 봄, 마음은 왜 더 무거울까
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계절적 변화가 오히려 심리적 박탈감을 불러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봄철 우울증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봄은 입학, 취업, 이사, 연애 등 삶의 전환점을 맞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주변의 축하가 이어지는 시기다. 이때 그렇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타인과 비교하면서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무력감을 느끼기 쉬운 것이다. 주변과 자신을 비교하는 간극이 우울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심리적 부담을 갖기 쉽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과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는 기존 우울감을 악화시키거나 조절 중인 감정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들은 실제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자살률은 3~5월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른바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 불리는 현상이다. 사회적으로도 이 시기를 집중 관리하는 지자체나 기관이 있을 만큼 봄철 마음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봄 탄다' 그냥 넘기지 말고, 적극적 관리 필요
계절성 우울증은 명확한 생물학적 원인이 있으며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다. 특히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식욕·수면 패턴에 이상이 생기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광치료,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어 적절한 상담과 진단을 통해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 또한 계절이 주는 감정의 파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나의 기분 변화를 민감하게 인지하고 건강한 루틴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햇빛 쬐기
햇빛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도와 기분을 안정시키고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 리듬도 조절해준다. 아침 시간대 30분 이상 햇볕을 쬐는 습관은 기분 개선에 효과적이다. 실내에 있더라도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어두운 조명은 피하는 것이 좋다.
② 꾸준한 유산소 운동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우울감을 완화하는 데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걷기를 꾸준히 실천한 사람의 우울감 경험률은 2%p 낮았다. 운동은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를 활성화해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③ 수면 습관 개선
봄철 우울증은 생체 리듬의 혼란과도 밀접하다. 특히 낮잠이 길거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은 증상을 악화시킨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낮에는 잠을 피하는 수면 습관이 중요하다.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수면 환경을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④ 식단 관리
오메가-3, 비타민 B군·C, 트립토판 등은 세로토닌 생성과 감정 조절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다. 등푸른 생선, 견과류, 현미, 콩류, 시금치, 신선한 제철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하자. 반면 당분, 카페인, 알코올은 자극제로 작용해 우울감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⑤ SNS는 멀리, '진짜' 사람들은 가까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한 감정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유지하고 지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심리적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SNS 등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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