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인 상처가 아니더라도 몸은 신호를 보낸다. 명확한 병명이 없는데도 피곤하고 어지럽고, 심장이 이유 없이 뛰거나 불안감이 가시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이를 단순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넘기기 쉽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이 반복되거나 장기화된다면 자율신경계의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자율신경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심장 박동, 혈압, 체온, 소화, 호흡 등을 조절하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이 기능에 균형이 깨지면 생각보다 다양한 신체적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자율신경실조증’이라고 한다. 자율신경실조증은 단순한 피로나 감정 기복이 아닌, 신경계 시스템 이상이 원인일 수 있는만큼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율신경실조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피로감이 지속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 손발의 차가움, 식은땀, 소화장애, 불면증, 불안감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환자는 특정한 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해 오랜 시간 방치되거나 오진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온도,습도,시차 등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자율신경실조증은 단순한 피로나 정신적 문제로 오해받기 쉽다. 자율신경실조증은 성격과 정신질환으로 인한 신체반응이 아니라 내 몸에 있는 뇌신경,말초신경과 같은 신경계의 질환이라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김호정 청담튼튼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김호정 청담튼튼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자율신경실조증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자율신경계 이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체계적인 검사를 통해 신경계의 기능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자율신경 기능 검사는 대표적으로 기립성맥박검사, 자율신경균형검사, 분비액검사, 적외선체열검사 등이 있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작용 정도, 혈류 상태, 땀 분비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개별 환자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자율신경 기능 검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비약물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운동요법, 이완요법, 식이조절, 수면 개선 등이 비약물적 접근이며, 필요 시 항불안제나 신경안정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물보다는 생활 습관을 바로잡고, 자율신경계 균형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환자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적용돼야 효과가 크다.

자율신경실조증은 다양한 증상으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기 쉬운 질환이다. 무작정 증상만 치료하기보다, 자율신경 기능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후 환자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또 생활 습관 교정과 체계적인 통합 치료가 병행될 때 환자들이 일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글 : 김호정 청담튼튼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