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홍희 삼성서울병원·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안예은 삼성서울병원·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연구원과 명우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진영 前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現 국군구리병원 소속) 연구팀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 IF 21.4)’ 최근호에 주관적 행복도와 정신장애 사이의 유전적 관계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주관적 행복도는 스스로 느끼는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개개인의 행동과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약 40% 가량이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된다.
연구팀은 낮은 행복도가 우울증을 비롯해 정신장애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 행복과 정신장애 사이의 유전적 연결고리를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우울증, 양극성장애 1형, 조현병, 거식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대마초 사용장애, 자폐 스펙트럼장애 등 7개 정신장애가 주관적 행복도와 유전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장애에 영향을 주는 유전변이의 상당수가 주관적 행복도와 관련이 있다는 의미다. 이들 장애를 겪는 환자들의 경우 약물 등으로 증상을 조절하고, 치료하더라도 주관적 행복도를 개선하기 어렵고, 다시 병이 악화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우울증과 연관이 있는 유전변이 중 93%가 주관적 행복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으로 주관적 행복과 정신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새롭게 발견한 내용도 보고했다.
이 가운데 ZMYND8, LINC02163과 같은 유전자는 정서 조절에 영향을 준다는 게 처음 규명됐다. 이들 유전자들은 정신장애과 관련 깊은 뇌 부위인 기저핵, 전두엽, 소뇌 반구, 편도체 및 해마 등에서 주로 발견됐다.
원홍희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주관적 행복도와 정신장애와의 밀접한 유전적 연관성을 재확인했다”면서 “행복의 유전적 조성을 규명하는 것은 정신장애의 원인을 발견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우재 교수는 “정신장애를 치료한 이후에도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점이 지속되는 환자들도 많다. 이러한 잔존 증상은 정신장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정신장애와 행복의 연관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기전을 밝힐 수 있다면 이러한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의 중견연구지원사업, 네이버 디지털 바이오 혁신 연구 지원사업, 한국보건사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연구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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