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는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우선 국내 의료봉사는 의료 취약계층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국민의 의료복지를 증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뜻을 두고 있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 지역을 찾아 진단·치료하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에게 치료와 수술, 의료비를 지원하기도 하며, 재난 발생 시 구호활동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재해민을 돕는다.
뿐만 아니라 네팔, 카자흐스탄, 베트남, 라오스, 몽골, 미얀마, 아프리카 등을 찾아 해외 의료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들은 의료의 발달이 더딘 해외의 저개발 국가와 재난국가 등을 찾아 소외계층이 사회적 신분으로 인해 질병으로부터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현지의 작은 병원이 되어준다.
연세의료원, 자체 기금 조성해 나눔 지원
기독교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세브란스병원은 기독 의사회를 결성해 긴급재난지역 등을 대상으로 의료지원을 지속하고 있고, 연세의료원은 의료 취약 국가인 몽골에 지난 1994년 ‘연세친선병원’을 개원하고 빈민을 위한 무료 진료소도 운영하고 있다. 해외 현지의 낮은 치료 수준으로 수술이 어렵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는 우리나라로 초청해 치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초청 치료의 경우 체류 등에 따른 환자의 불편 이슈를 사전 고려해 선천성 심장 질환, 안면기형, 척추측만증, 식도협착 등 1차례의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환자를 중점적으로 돕는다.
또한,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체적인 나눔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교직원 급여의 매달 1%를 나눔 기금으로 조성하고, 노사에서 1억 원의 공기금을 출연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병원학교도 운영해 입원생활로 정규 교육을 받기 어려운 소아 청소년 입원환자의 인지적·심리적·사회적 발달을 돕는다.
아산사회복지재단, 29년간 64만 명에 도움의 손길
올해로 개원 30주년을 맞은 아산병원 역시 활발한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산병원은 X-ray, 심전도, 병리 검사 등이 가능한 진료 버스를 이용해 외국인 근로자, 탈북자, 노숙자, 위안부 할머니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고 생활고로 인해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 및 사회복지 시설생활자 등의 치료 수술 및 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거동이 불편해 통원치료가 어려운 저소득층의 가정을 방문해 건강진단 및 상담, 치료, 투약 및 주사 등의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태국,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등 아시아 저개발국가의 빈민층과 저소득계층을 국내로 초청해 완치 후 귀국시키는 해외환자 초청 진료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그리스 난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를 떠나기도 한다. 지난 8월에는 라오스로 떠난 의료봉사단이 현지에서 버스 사고를 당한 중국 단체관광객의 구호활동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산병원의 재단인 아산사회복지재단에 따르면 1991년 시작된 의료복지는 현재까지 약 64만 명에게 900억 원의 나눔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49만 명이 158억 원 상당의 의료봉사를 지원받았고, 7만 명의 질환자에게 467억 원의 진료비가 제공됐으며 방문 간호로 7만 7천 명에게 275억 원의 도움으로 돌아간 것이다.
열린의사회, 매주 1~2회 의료봉사 이어가
병원과 재단뿐만 아니라 의료봉사를 위한 민간단체들도 있다. 그중 열린의사회는 국내외 의료봉사 및 긴급구호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단체로, 1997년 발족한 이래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의료봉사의 경우 매주 1~2회씩 전국 곳곳을 찾아 지원하며, 민간단체인 만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의료기사 및 일반인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해외 의료봉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 연 10~12회가량 활동하며, 지난 20여 년 동안 22개국 160회의 활동을 통해 1차적인 의료지원 및 보건의료 개선을 이어오고 있다.
의료봉사는 국가, 인종, 종교와 신분에 관계없이 질병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존엄의 가치를 지키고 인류애를 실천하는 일이다. 냉철한 판단력과 따뜻한 나눔이 요구되는 병원이 가장 책임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픔을 직접 찾아가 마주하고 취약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소외계층을 존중하는 나눔의 정신은 이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긍정의 힘으로 작용한다. 숭고한 의술의 나눔은,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인술이 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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