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고용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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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기대수명이 5번째로 높은 장수 국가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각종 퇴행성 질환 치료와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골관절염은 주로 노화에 기인하는 퇴행성 질환 중에서도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날씨가 추워지면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해 무릎통증을 호소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수십 년 넘게 몸을 지탱해준 무릎관절과 연골이 약해지고 손상되면서 닳아 없어지며 유발되는 퇴행성관절염은 염증과 극심한 통증을 초래한다. 근래에는 폐경기가 지난 중년여성에서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짙다.

일반적으로 퇴행성관절염은 연골 손상 정도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된다. 다른 질환처럼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지만 말기에 접어들어 극심한 통증, O자형 다리변형, 부종 등이 동반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인공관절수술이 불가피한 만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인공관절수술’은 닳아 없어진 무릎연골을 제거한 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관절을 삽입하는 치료법이다. 극심한 통증 탓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무릎이 퉁퉁 부어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운 환자도 인공관절수술을 받으면 통증을 개선하고 운동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일률적인 수술기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환자마다 다른 무릎관절의 모양과 크기를 고려하지 못한 게 단점이었다.
이로 인해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이후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여타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종종 나타났다. 특히 인공관절이 서양인 기준에 맞춰 제작되다 보니 좌식생활을 하는 한국인에게 삽입할 경우 양반다리를 못하고 무릎을 꿇기 어려운 등의 문제가 생겼다. 또한 수술이 환자의 무릎뼈에 구멍을 낸 뒤 긴 수술도구로 하지정렬을 맞추는 방식으로 이뤄져 출혈이나 감염 같은 부작용 위험도 상존했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은 기존 수술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된 이 방법은 환자 무릎에 맞는 수술도구를 3D프린터로 미리 출력해 수술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였지만 비싼 수술비 탓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2년간 공학 엔지니어와 협업해 기존 인공관절 수술도구를 보완한 기술을 개발해 환자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 ‘3D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은 수술 전 3D 시뮬레이션(가상수술)을 통해 수술 오차범위를 줄이고 인공관절을 정확히 삽입하는 데 유리하다.

수술 전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로 촬영한 환자의 무릎 모형을 파악한 뒤 3D프린터로 맞춤형 수술도구(PSI, Patient Specific Instrument)를 제작해 실제 수술에 사용한다. 이럴 경우 인공관절 삽입 위치를 결정하는 과정이 생략돼 수술시간이 단축돼 출혈, 감염, 폐색전증 등 부작용 및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12년 SCI급 학술지 ‘임상 정형외과와 관련연구(CORR)’에 게재된 미국 연구팀의 임상결과에 따르면 3D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수술(PSI) 105례와 고식적 방법 55례를 비교한 결과 맞춤 수술군의 하지정렬 및 인공관절 삽입 위치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무리 우수한 수술법도 적절한 통증 관리와 재활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인공관절수술 후 통증을 관리하면서 관절 가동범위를 넓히는 재활운동과 무릎근력 강화운동을 꾸준히 지속해야 일상생활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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