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사메타손과 병용 결과 효능 2.1배 … 21세기 對바이러스 전쟁서 ‘게임체인저’ 기대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위탁해 코로나19 감염 햄스터를 대상으로 수행한 효력시험에서 코로나19 경구치료제 CP-COV03와 항염증제 덱사메타손을 경구제로 함께 투약한 결과, 치료효과가 덱사메타손 단독보다 2.1배 높아졌다고 7일 발표했다.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실험결과를 공개하고 의료계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덱사메타손과 항바이러스제의 병용으로 코로나19 치료에서 시너지 효과를 확인한 실험결과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인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용으로 처방되는 약물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됐을 때 렘데시비르와 함께 투약한 바 있다.
렘데시비르는 현재까지 코로나19용 항바이러스제로 유일하게 허가된 약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료 효능에 의문을 제기했고, 예일대 연구 결과 약물내성으로 인한 코로나19 돌연변이가 보고되기도 했다.
기반의 CP-COV03가 임상 단계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 이 병용 요법은 의료 현장에서 중증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입원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로나19 중증환자 수가 줄어들면 사망자 감소는 물론 병실부족 사태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는 사실상 전무해 의료현장에서는 이들에게는 코로나19용 항바이러스제로 유일하게 승인된 렘데시비르나 항염증제 덱사메타손 등 극소수 약물을 임시방편으로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세계 과학계는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면역 약화라는 부작용을 수반하는 덱사메타손과 조합을 이룰 항바이러스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6월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마틴 랜드레이 교수가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중증 치료에 좋은 약이지만, 사망 예방에 더욱 효과를 발휘하려면 항바이러스제와 병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 연구진도 작년 10월 세계적 과학저널인 LANCET을 통해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치료에 필수적인 약이지만, 코로나19용 항바이러스제야말로 ‘마법의 탄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바이오 연구소장 진근우 박사는 “스테로이드계 약물인 덱사메타손은 면역 약화라는 부작용을 수반하므로 약화한 면역 대신에 항바이러스 효능을 내줄 병용 치료제를 찾아야 한다”며 “덱사메타손과 병용할 수 있는 최적의 짝이 CP-COV03”라고 말했다.
“기존 바이러스 표적 패턴으론 변이 대응에 한계”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현대바이오는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처음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를 염두에 두고 CP-COV03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변이가 심한 RNA바이러스가 촉발한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접근 방식이나 제약계의 관행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한다.
따라 현대바이오는 기존 약물을 개량해 약효가 바이러스가 아닌 숙주세포에 작용하는 ‘숙주표적(host-directed)’ 항바이러스제를 경구제로 개발하기로 하고 전 세계 현존 약물 중 니클로사마이드를 최종후보로 선정, 첨단 약물전달체(DDS) 기술로 CP-COV03를 개발했다.
현대바이오 연구소장 진근우 박사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우리는 최대 난제인 변이를 기존 접근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숙주 표적 치료제가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여기에 맞는 약물로 찾아낸 것이 니클로사마이드였다”고 말했다.
CP-COV03의 주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는 바이러스를 표적삼는 여러 주요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숙주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기전을 갖고 있어 오미크론, 델타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바이러스 효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현대바이오의 설명이다.
CTO(최고기술책임자) 김경일 박사는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용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에 초점을 맞춘 ‘바이러스 표적(virus-directed)’ 기전이어서 바이러스의 변이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CP-COV03는 세포의 오토파지(자가포식)를 활성화해 세포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므로 변이와 관계없이 효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CP-COV03는 숙주세포를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그 변종들을 치료할 수 있는 코로나19 계열의 범용약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과학저널인 PLOS誌는 지난 2일 니클로사마이드가 알파에서 델타까지 코로나19의 각종 변이에도 강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발휘한다는 덴마크의 유니온제약과 유럽 주요 대학 공동 연구진의 인간 세포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도 지난 4월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의 영국(알파), 남아공(베타) 변이 바이러스에 항바이러스 효능을 발휘한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네반 크로건(분자생물학) 교수는 작년 4월 사이언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숙주표적 항바이러스제는 내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고 광범위한 치료에 쓰일 수 있다”며 “(그런 항바이러스제가 나오면) 코로나22든 24든 어떤 바이러스질병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감-코로나19 겸용 항바이러스제, 유사증상에 선제 대응 가능
현대바이오의 최종 지향점은 숙주표적 항바이러스제인 CP-COV03를 여러 바이러스 질환에 범용할 수 있는 ‘멀티 타겟(multi-target)’ 약물임을 단계적으로 입증해 21세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이끄는 항바이러스제로 등극시킨다는 것이다.
CP-COV03의 임상2상 단계에서 코로나19와 독감용을 병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는 이 약물의 범용성을 1차적으로 입증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현대바이오는 밝혔다. CP-COV03가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임상1상을 마치면 독감용 임상은 1상을 거치지 않고 2상으로 직행한다.
CP-COV03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으면 독감치료제로 별도로 승인받기 전이라도 의료 현장에서 두 질환의 유사증상자에게 선제적 대응이 바로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대유행에 따른 트윈데믹(Twindemic) 우려는 물론 의료대란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CP-COV03가 독감 임상을 마치면 니클로사마이드의 범용적 항바이러스 효능이 인체를 대상으로 공식 입증되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현대바이오 오상기 대표는 “CP-COV03는 숙주표적 기전의 항바이러스제라 안전하면서도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증에 효능을 내는 약“이라며 “21세기 對바이러스 전쟁에서 코로나19 변이든 신종 바이러스든 모두 해결하는 게임체인저로 등극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긴급사용승인 목표 “약값은 합리적일 것”
CP-COV03의 임상1상을 마치는대로 보건당국에 임상2상을 신청, 늦어도 내년 상반기 내에 CP-COV03의 2상을 종료하고 긴급사용승인을 받아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관계기관과 임상2상 계획을 협의하는 등 2상 준비작업도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바이오는 니클로사마이드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지난 9월 바그다드대 의대 등 이라크-카타르 연구진이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어 니클로사마이드 기반 CP-COV03의 임상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이라크대 의대의 임상에서는 니클로사마이드를 투약한 실험군의 환자 입원 기간이 7일에서 5일로 줄었고, 환자치유율도 50%나 상승했다.
현대바이오 연구소장 진근우 박사는 “니클로사마이드의 인체에 대한 효능은 바그다드대 임상에서 이미 입증됐지만 생체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여전히 숙제였다”며 “우리는 전달체 기술로 니클로사마이드의 생체이용률을 최대 40배 이상 끌어올리는데 성공했기에 임상2상 통과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CP-COV03가 코로나19 감염 햄스터를 대상으로 한 효력시험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용 경구제보다 우수한 효능과 약물 안전성을 입증했고, 가격경쟁력도 뛰어난 점 등을 근거로 신종플루 사태 당시 타미플루를 뛰어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가 출시될 경우 누구나 경제적 부담없이 쉽게 복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타미플루처럼 최대한 합리적으로 책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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