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업무 마비’ 에 HIV 검사 감소 … 신속치료가 관건, “최신 치료약 내성없어 환자 부담도 적어”
2020년 HIV 신규 감염인 59.4% 급감 … 코로나19로 검사 줄어
지난해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HIV 신규 감염 건수가 전년 대비 59.4% 급감한 것으로 보고됐다. 실제 감염인의 수가 감소했다기보다 각 시·군·구 보건소의 역량이 코로나19 검사에 집중되면서 HIV 검사 기능이 저하된 탓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HIV은 에이즈(AIDS)의 발병 원인으로 알려졌다. HIV는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HIV는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 정보를 다른 세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CD4+T세포 수를 줄여 면역체계를 손상시켜 인체가 여러 질병들에 쉽게 노출되도록 한다. HIV에 감염된 후 면역체계 손상이 심해져 여러 면역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에이즈로 발전될 수 있다.
HIV에 감염된 후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급성감염기, 임상적 잠복기, 증상기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에이즈에 걸리게 된다.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는 경우 HIV 감염인의 50% 정도가 에이즈로 진행되는데 약 10년 정도가 걸리지만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면역기능 향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따라서 HIV 검사를 통해 조기에 감염 여부를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약물치료시 전파 위험 없고, 일상생활 가능… 조기치료와 내성관리가 관건
하지만 많은 경우 HIV 환자들은 에이즈를 옮긴다는 편견과 진단 이후 치료의 부담 때문에 검사를 미룬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HIV를 발견해 약물치료할 경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며, 타인을 감염시키지도 않는다며 사회적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약물로 관리할 경우 비감염인 기대수명만큼 관리할 수 있다.
이런 이유 HIV의 글로벌 치료 트렌드 역시 ‘신속치료’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요법으로서 2세대 통합효소억제제(InSTI) 사용을 해외 유수 기관에서 권고하고 있다. 미국 국제항바이러스학회(IAS)에서는 대부분의 HIV 감염인에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의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개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초기 치료에는 2세대 InSTI와 뉴클레오시드유사체역전사효소제해제(NRTIs)의 사용을 권고했다.
다만 약물치료는 평생해야 한다. 과거에는 장기간 약물 복용으로 내성이 생기는 것을 주의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된 치료제들은 내성문제에서도 자유로워 치료에 부담을 덜게 됐다.
지난달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29회 레트로바이러스 및 기회감염 학술대회'(CROI 2022)에서도 HIV-1 치료 경험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빅타비(성분명 빅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가 2건의 3상 임상시험을 통해 Study 1489 및 Study 1490 연구의 5년 장기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2건의 임상시험을 5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로 빅타비로 240주차까지 치료를 지속한 환자의 98% 이상이 바이러스 미검출 수준을 달성했다. 또 치료 5년차도 내성으로 인한 치료 실패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이유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보건복지부(DHHS)는 2018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기 치료로 2세대 InSTI인 빅테그라비르의 복용을 HIV 감염자들의 초기 치료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제약 관계자들은 “빅타비 등 신규 약물은 약제 크기가 줄어들고, 3~6개월에 한번 처방받으면 되는 등 편의성을 개선해 환자들의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 교수는 “진단을 받지 못한 HIV 감염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우려되고 있다” 며 “HIV는 감염 초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비감염인의 기대수명 만큼 잘 관리할 수 있는 만큼, HIV 관련 진료가 가능한 빨리 정상화되어서 신규 감염인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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