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글로벌 기업 필립스가 13개국(한국인 999명 포함/ 호주, 브라질, 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싱가포르, 영국, 미국) 1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수면 서베이에서 ‘코로나19 이후 수면 동향’을 조사한 결과, 다른 나라 응답자의 55%가 수면에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한국인은 41%만이 수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회원국 1일 평균(주말, 휴일 포함) 수면 시간은 8시간 22분이었다. 미국은 8시간 48분, 캐나다는 8시간 40분, 프랑스는 8시간 33분인 반면, 한국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이었다. 주말, 휴일을 제외하면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42분으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수면 만족도가 40% 수준인 것은 ‘수면파산’ 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 버클리대 매슈 워커 교수는 “수면 부족은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아져 먹는 시간이 늘고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게다가 수면은 체내의 다양한 신경 호르몬, 지방 및 대사 호르몬과 연결돼 있어 수면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떨어져 비만 등 성인병이 생길 수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권장 수면 시간 8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면역계가 손상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이를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 또한 매우 커질 것이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는 “수면 부족은 NK세포와 CD4+ T세포 수가 줄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위험을 높인다. 면역력과 수면의 질은 충분한 수면 시간과 비례한다.”고 조언했다.
수면을 방해하거나 질을 떨어뜨리는 안 좋은 습관으로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을 꼽았다. 13개국 설문 참여자 84%가 잠자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도 자기 전 행동(복수응답)에서 스마트폰 사용(87%), TV시청(35%), 컴퓨터사용(19%)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각각 57%, 57%, 60%의 비율로 수면의 질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수면이 부족한 사람에게서는 체내 비타민D가 부족한 것이 발견된다. 이것은 우울증 증가와도 관련이 깊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햇빛을 받는 습관은 비타민D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멜라토닌(수면 유도 호르몬) 분비량이 줄었다가 약 16시간 뒤에 다시 늘면서 숙면을 부르는 수면 매커니즘을 갖게 된다.”고 조언했다.
수면 만족도가 떨어지는 사람들 중에는 수면무호흡증을 겪는 사람이 약 12%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경우 약 8%였다. GNG병원 이비인후과전문의 박승진 원장은 “수면 부족이 만성화되면 초기에 코골이, 무호흡, 주간졸음, 두통,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성욕 감퇴 등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특히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호흡 장애가 반복될 수 있고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증 등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면장애와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잠들기 전 휴대폰 불빛에 노출되는 ‘디지털 숙취’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침실 온도는 18도 정도로 선선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15분 이상 낮잠 피하기,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 자기 30분 전 부담 없는 독서나 이완 요법, 술/담배/커피 삼가기, 잠들기 2시간 전 온욕, 침실의 소음과 빛의 통제 등도 도움이 된다.
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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