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하고 원래 입냄새가 나는 고양이라면 섭취하는 식품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습식사료를 섭취하는 경우 건사료에 비해 치아와 혓바닥 사이에 찌꺼기가 남아 냄새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사료를 먹던 고양이가 어느날 갑자기 입냄새를 풍긴다면, 건강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질병의 신호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입냄새 원인의 90%는 구강질환이다. 미국 수의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살 이상 고양이의 80%에서 구강질환이 발견됐다. 고양이는 충치가 잘 생기지는 않지만 사료 찌꺼기 등이 치아 사이에 남아 치석이 쌓이기 쉽다. 이렇게 쌓인 치석은 구내염, 치주염 등 구강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치다. 일주일에 최소 4번 이상 양치가 권장된다. 또 치석 방지용 간식이나 사료를 급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양치를 하는데도 입냄새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구강질환이 시작된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고양이 구강 이상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고양이 치아색과 치아와 잇몸 사이 경계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치아가 누렇게 변한 경우 △치아와 잇몸 경계가 붉고 출혈이 보이는 경우 △사료를 잘 먹지 않는 경우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는 경우 △잇몸 일부가 붓거나 고름이 찬 경우 등에는 치주질환일 확률이 높으니 반드시 동물병원에 가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잇몸에만 영향이 있는 치은염의 경우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치석제거)과 약물로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스케일링에 전신마취가 필요하므로 기조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고양이는 주의가 필요하다.
염증이 치아 주변에 번지는 치주염으로 발전하면, 스케일링으로 개선이 어렵다. 치주염으로 치아가 빠지고, 혈관에 세균이 침투해 다른 기관의 손상을 부르는 등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또 양치나 치석 여부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고양이 치아흡수병변 등의 경우에도 스케일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발치를 고려해야 한다. 잇몸을 절개해 문제가 되는 치아를 뽑아내는 것이다. 뿌리가 남아있을 시 지속적으로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아 전체를 발치하는 전발치 수술이 흔하다.
구강질환이 없고 양치를 잘 하는데도 드물게 다른 질환으로 인해 고양이 입냄새가 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부전 등 신장질환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몸 안의 노폐물이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해 입 등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날 수 있다. 거대결장증 등 대장 질환의 경우도 장 기능이 떨어져 입 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다. 당뇨병의 경우에는 입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반려동물 의료 IT커머스 마이펫플러스 이준영 대표는 “고양이는 아픈 것을 티내지 않는 동물이라 보호자가 건강 이상 신호를 잘 발견해야 한다”며 “고양이 입냄새는 건강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시그널인 만큼 방치하지 말고 이상을 느꼈을 때 수의사와 상담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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