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층, 여성에서 발생 더 많아 ...저포드맵 식이 도움, 빈혈·혈변·체중감소 나타나면 다른 질환 의심해야
시도 때도 없이 복통과 복부 팽만감, 설사 등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다. 과거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단순한 꾀병이나 체질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2019년 162만3687명으로 2014년 146만382명에서 5년간 11.2%, 16만여 명 늘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주로 배꼽주위 또는 하복부의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 복부 팽만감, 설사 또는 변비 등의 증상이 있지만, 내시경 검사나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다행히 기능적 장애일 뿐, 대장암 등 악성 질환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영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매우 흔한 질환으로 복통 등의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고 했다.
복통 있어도 내시경·CT 등에선 이상 발견 못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염이나 약물, 음식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이전에 감염성 장염이나 허혈성 장염 등을 앓은 후 생기기도 하고, 특정 음식에 의한 자극으로 내장감각 과민성, 장관의 운동 이상, 중추신경계 조절 이상 등으로 유발될 수도 있다. 20~30대에 흔하고,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주증상은 복통이다. 자다가 밤에 깰 정도의 심한 통증은 아니지만,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복통은 몇 달간 지속되고 설사나 변비 등의 배변 습관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최소 6개월 전에 시작된 복통이 지난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반복될 때 의심할 수 있다. 이때 복통은 설사나 변비 등의 배변 활동과 관련된 경우가 많고, 복부 팽만감이 종종 동반된다.
최영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빈혈이 생기거나, 혈변을 보거나 체중이 크게 감소하는 등의 경고증상이 생기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대장내시경을 한 적이 없는 50세 이상의 성인, 혈변이나 흑색변 등 위장관출혈 동반, 수면 중 깰 정도의 심한 통증,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대장암이나 염증성장질환 등의 가족력, 철결핍빈혈, 대변분변검사에서 양성인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이나 복부 CT 등 다른 검사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
식이습관 변경하고 신체활동 늘리면 증상 개선에 도움
가장 먼저 식이습관을 변경하는 것이 증상 조절에 크게 도움이 된다. 고지방식이와 유제품, 기름에 튀긴 음식, 가스가 많이 생기는 포드맵(FODMAP) 식이, 밀가루 음식, 술, 담배, 카페인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포드맵은 장에서 발효되기 쉬운 당류를 말한다. 입자가 작은 당류들은 소장에서 완전한 흡수가 안 되고 대장에서 분해가 되는데 이때 가스가 많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식이에는 콩이나 마늘, 양배추, 식빵, 우유, 사과, 인공감미료 등이 있다. 반대로 쌀이나 토마토, 바나나, 오렌지, 유당제거 우유 등 저포드맵 식이(low-FODMAP diet)는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산균 제품도 복통이나 변비, 설사 등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활습관 변경도 도움이 된다. 신체 활동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증상의 개선, 장기적으로는 삶의 질 저하나 만성 피로감 같은 심리적 증상을 회복할 수 있다. 과로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질병의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는 규칙적인 시간에 거르지 않는 것이 좋고, 급하게 식사를 하는 경우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식생활이나 생활습관 변경만으로 증상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특히 설사나 변비가 동반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크게 도움이 된다.
최영희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 자체로 너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를 하면서 인스턴트식품이나 술, 담배, 카페인 섭취를 줄이려는 습관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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