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변형의 가장 흔한 형태인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꺾이면서 두 번째 발가락에 올라타거나, 미는 형태로 과하게 휘는 현상을 말한다. 엄지발가락 부분의 관절이 튀어나와 통증을 유발하며, 발 안쪽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오는 형태를 하게 된다.
가족력이나 관절면 각이 과다한 경우, 평발, 넓적한 발, 엄지발가락이 긴 경우, 과도하고 유연한 발 등 선천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생활 습관에 의한 후천적 요인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후천적 원인은 하이힐 착용으로, 착용 시 발이 앞으로 꺾이면서 발 안쪽으로 엄지발가락이 모여 변형을 유발한다.
하이힐의 보급으로 국내 여성들 사이에도 무지외반증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더불어 남성보다 관절이 유연한 여성에서 15배 높은 발병률을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후천적 요인에는 높은 깔창을 깐 신발이나 발 볼이 좁은 신발을 착용하는 습관 등이 있으며, 류마티스 관절염의 합병증 등 질환으로 인한 원인도 있다.
주요 증상은 돌출 부위 통증이다. 발 안쪽에 튀어나온 관절은 일단 돌출되면 신발에 의해 지속한 자극을 받아 두꺼워지고, 염증이 발생해 통증을 유발한다. 휜 엄지발가락에 영향을 받아 2, 3번째 발가락에서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통증 탓에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에 체중을 싣지 않고 걷는 습관으로 인해 발목, 무릎, 허리 등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아, 척추·관절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지외반증은 외형 변화가 뚜렷해, 발가락이 바깥으로 꺾여 있고 두 번째 발가락과 엄지발가락이 부딪히는 형태만 봐도 진단 가능하다. 다만, 환자마다 각기 양상이 다를 수 있으므로, 맞춤 치료를 위해서는 진찰과 방사선 촬영 검사가 필요하다.
진찰은 △엄지발가락 관절 안쪽의 돌출 정도 △2, 3번째 발가락과 겹침 정도 △통증 여부 △2, 3번째 발가락의 통증 여부 △관절의 운동 범위 △아킬레스건 단축 여부 △편평족 여부 △관절의 유연성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진행한다. 이어 방사선 사진은 발에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촬영하여 변형된 각도를 측정해 최종 진단한다.
치료는 도수 교정 치료, 보조기 착용,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 편한 신발 착용 등의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발가락의 휘어진 각도, 변형된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할 수 있지만, 무지외반증은 발가락뼈 모양 자체의 변형이 일어난 상태이므로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치료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 최근 시중에서 홍보하는 무지외반증 교정기도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방법일 뿐, 휘어진 뼈를 근본적으로 교정하기 위해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은 환자의 나이, 변형 정도, 통증 여부 등을 고려해 적합한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돌출 뼈를 깎아내고 내외측으로 치우친 뼈를 잘라 각도를 교정하여, 짧아진 근육과 연부 조직을 늘려주는 수술법이 시행된다.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무지외반증은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예방할 수 있다. 발볼이 좁거나 뒷굽이 높은 신발은 발 모양 자체를 앞으로 쏠리게 만들어 발가락 앞쪽이 겹치는 형태가 나타난다. 이에 이러한 신발은 가급적 신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발가락 자체의 정렬이 퍼지는 앞 볼이 넓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오래 걸었을 때는 적절한 휴식과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족욕 등을 통해 발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글 : 연세더바른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곽주영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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