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동물병원박준서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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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액체설’ 이라는 말은 반려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고양이를 안으면 아래로 흘러내리고 좁은 공간도 여러 관절을 사용해 잘 빠져나가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안전하게 착지하는 고양이의 모습에서 생긴 말이다. 이런 가설 때문인지 사람들은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관절 질환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양이도 유전적으로 관절이 약한 아이들도 있고,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관절을 자주 다치기도 하는 동물이다. 특히 슬개골은 높은 곳으로 점프를 할 때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강아지에 비해 케이스가 적을 뿐 슬개골탈구가 생기는 고양이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슬개골이란 대퇴골과 경골을 연결하는 무릎 뼈를 말한다. 슬개골은 대퇴골 끝부분에 있는 활차구 안에서 움직이며 반려동물의 보행을 돕는다. 이 뼈가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튀어나오거나 움직이는 것을 슬개골 탈구라고 한다. 고양이 슬개골탈구 원인은 다양하다. 활차구가 너무 얕아 슬개골이 고정되지 않거나 다리 모양이 활 모양으로 휘어져 있는 경우, 슬개골 인대의 부착점이 정상 위치를 벗어난 경우에 발생한다. 슬개골인대는 허벅지 근육과 정강이뼈 정면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로 인해 허벅지 근육이 수축되면 슬개골 인대를 통해 정강이가 당겨지면서 무릎 또한 수축되고 이완되는 것이다. 슬개골은 이 슬개골 인대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슬개골이 활차구 안에서 움직이는 동안 슬개골 인대는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기 때문에 슬개골 인대의 부착점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면 보호받고 있는 슬개골도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슬개골탈구가 오면 고양이는 다리를 절뚝거리거나 점프를 하지 못하고 간헐적인 보행 장애를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 정상적인 걸음걸이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 탈구의 정도가 심해지면 관절 주위의 연조직이 손상되거나 늘어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십자인대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슬개골탈구는 탈구 정도에 따라 1기에서 4기까지 나뉜다. 슬개골탈구 1기는 약물 치료를 통해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적 치료이다. 슬개골탈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는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더 심해지기 전에 수술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의 슬개골은 골격에 비해 큰 편이고 가로 폭이 넓기 때문에 슬개골이 위치하는 활차 또한 넓다. 따라서 강아지 슬개골탈구수술 방법과는 차이점이 발생한다. 기본적인 수술 방법은 거의 동일하지만 슬개골의 너비가 넓기 때문에 그만큼의 활차를 더 성형해 주어야 더 안정적으로 슬개골이 제 위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슬개골 부분 절골술 (Partial parasagittal patellectomy) 이라는 방법을 활차구 성형과 함께 시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깊어진 홈 안에 슬개골이 위치하지 못할 때 슬개골의 가로 폭을 줄이기 위한 부분 절골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고양이 슬개골탈구는 재발률이 약 48%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후 관리도 굉장히 중요하다. 수술 후에는 입원을 통해 영양수액, 진통주사 등으로 안정을 취한 뒤 퇴원 후에도 약 2~4주 정도는 내복약을 복용해 주어야 한다.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수술 부위가 안정될 때까지는 3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과한 놀이나 점프 등의 과격한 행동은 하지 않도록 보호자가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관리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슬개골탈구는 반려견에게만 오는 질병인 줄 알았던 보호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관절을 가지고 있는 모든 반려동물에게서 발병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에게 이상 증상이 보인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동물병원에 방문해 고관절 관련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평소에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말 못하는 아이들은 아픈 것을 티 내지 않고 있을 수 있다. 특히나 고양이는 아픈 것을 감추는 습성이 있어 발견이 더 늦는 케이스도 있다. 슬개구탈구는 방사선촬영 말고 간단한 촉진으로도 알 수 있으니, 소중한 반려묘의 평생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자.

(글 : 아이엠동물병원 박준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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