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기 담뱃갑 경고그림 수준 높이며 대응하지만, 담배회사들 CSR, ESG 활용 및 명칭 바꾸기 등으로 이미지 변화 시도... 담배회사의 마케팅을 부지런하고 정확하게 짚어야

유현재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매스컴학박사,보건정책석사)
유현재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매스컴학박사,보건정책석사)
당연히 헷갈릴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흡연자라면 더욱 그렇겠고 말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대표적 외국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얼마 전부터 “담배연기 없는미래!”란 메시지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언론을 통해서도 자주 보도되었으며, 우리가 너무나 애정하는 유튜브에서도 PMI의 이 같은 주장은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PMI가 팔고 있는 담배 제품 가운데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연소형’ 담배들이다. 한마디로 라이터로 불을 붙여 연기를 만들며 흡연하는 바로 그 제품들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미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전자담배의 판매를 지속적으로 높여, 가까운 미래에 아예 연기가 만들어지는 제품을 없애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PMI가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향후 10년 정도 후엔 대표 제품인 말보로도 시장에 없을 것이라는 구체적 예측까지 한 것이다.

뭐 사실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자신들의 기업 운영 방식이나 제품 라인업에 대한 결정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담배연기 없는 미래!”라는 말은, 언뜻 들으면 장기적 방향성을 설정한 철학적 슬로건으로도 들려온다.

그런데, 사실 PMI 등 담배회사가 주장하는 “담배연기 없는 미래!”를 미래를 향한 기업 비젼으로만 보기엔 숨겨진 노림수가 상당히 치밀하고, 영악해 보이기까지 하다. 어차피 오래 걸릴 ‘담배연기 없는 미래!’를 공익적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같은 주장에는 PMI 등 담배회사의 더 무서운 논리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에 비해 95% 이상 낮은 수준의 유해물질 배출”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 국가의 보건당국에서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지만, 전자담배는 결국 ‘연소’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니 대부분 ‘태우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유해한 성분들이 만들어지는 원인 자체가 해결된 제품이라는 논리말이다.

결국 “담배연기 없는 미래!”메시지는 아무래도 과학적 팩트에 대한 관여도가 높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태우지 않아 연기가 없으니 유해 요소가 그만큼 줄었다는 말!”이란 쉬운 논리를 전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상당히 치밀한 정책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쪽이 바로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다. 작년 12월 23일, 보건당국은 제4기 담뱃갑 경고그림의 새로운 라인업을 발표했다. 2016년 최초로 도입된 담뱃갑 경고그림은 2년을 주기로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미 다수의 연구에 의해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들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16년 이후 성인 남성 흡연율 또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2016년 40.7%, 2020년 34%).

이번 4기 경고그림의 핵심은 “더 무섭게 표현, 질병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보강” 등으로 요약되며, 전자담배에 붙는 경고사항도 예외가 없다.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줄어들었다는 타당한 근거가 없으며, 이에 더욱 무섭고 철저하게 경고장치들을 적용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대중은 살짝 헷갈리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담배회사와 담배회사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 써주는 언론들은 흡연의 대안으로 전자담배를 언급하는 등, 어떻게든 대중을 안심시키고 있는데, 정작 한국의 보건당국은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더욱 강조하며 경고장치의 현실화에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4기 경고그림에 대해서도, 담배 업계는 당국의 결정이니 제품에 충실하게 반영은 하겠지만 많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자담배의 경우 유해 물질 저감이 명확하고, 해외의 경우 전자담배에 대한 엄격함이 덜하다는 주장과 함께 말이다. 물론 당국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담배회사와 보건당국은, 꽤나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각자 대중을 향해 나름의 방법으로 설득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련 연구자로서 밝히고 싶은 견해를 조심스레 말해보고자 한다. 소비자들 혹은 대중의 판단과 건강 유지에 도움되길 바라는 차원이다.

첫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역학 테스트의 대상으로 만들면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현재 담배회사는,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 전자담배의 경우 기존 담배에 비해 건강위해 요소가 극적으로 낮아졌음을 강조한다. 일견 대단한 말로 들리지만, 이는 건강 위해 요소가 ‘인체에 노출되는 기회가 적어졌음’만 의미할 뿐, 해당 건강 위해 요소가 실제로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적어 건강에 안전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을 포함한 관련 주체들이 밝힌 것처럼,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진짜 영향은 사실 장기간의 역학적 연구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따라서, 담배회사가 광고 등 마케팅 수단을 통해 제공하는 그럴듯한 문구를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너무나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진 모르겠지만 전자담배의 건강 유해성은 사례가 충분히 쌓이는 과정에서 더욱 명확하게 입증될 것이다. 담배회사가 주장하는 사항이 ‘어느 정도’ 맞을 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흡연자들 스스로 테스트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세상에 하나 뿐인 소중한 당신을 걸고 도박을 할 것인지 판단하라는 뜻이다.

둘째, ‘유해물질 감소’라는 주장의 의미를 곰곰이 씹어보기를 제발 부탁드려본다. 예를 들어, 물 2리터가 들어있는 용기가 눈앞에 있다고 가정하자. 뭔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내 몸에 분명히 나쁜 물질을 물통 안으로 떨어뜨린다고 했을 때, ‘일정량’이 들어가는 것과 그 일정량의 반만 떨군 상황에 대해 당신에게 그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질문한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개인적 판단이지만, 어쨌든 그 이상한 물질이 들어가 ‘국물’로 변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어쨌든 안마시겠다고 말할 것 같다. 현재 담배회사와 보건당국의 논리를 나름 소비자 눈높이로 정리하자면 이런 비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전자담배도 명확히 ‘담배’임을 알아달라는 부탁이며, 특히 청소년들에겐 몇 번이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 굴뚝이다. 현재 담배회사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의 포지셔닝 변화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전통적 담배와 비교하여 연기가 없으니“연기없는 미래!”를 꿈꾼다 주장하고 있으며, 일반 기업들이 마케팅에 사용하는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및 ESG를 매우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기도 하며, 종합병원과 협약을 맺어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펼치고 있다.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다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 같은 행보는 특히 담배 경험이 없거나 희박한 청소년들에게 친사회적인 기업 혹은 담배가 아닌 ‘무언가’ 쿨하고 연기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담배회사들은 아마도 장기적으로 ‘담배’라는 제품 대신 아예 ‘아이코스’나 ‘글로’ 등으로 불리길 희망할 것이며, 사람들이 ‘스모킹’ 대신 ‘베이핑’이란 말만 하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이런 목적 하에 치밀한 마케팅 전략들이 진행 중이니 말이다. 부지런히, 정확하게 짚어줘야만 한다. 전자담배도 엄연히 ‘담배’이며, 정부가 경고그림을 동원하여 자제를 요청할 만큼 유해요소가 포함된 제품이란 사실을 말이다.

연기가 나지는 않지만, 니코틴 등 화학적 성분들은 여전히 포함되어 있으며, 여전히 중독성도 강한 제품이란 사실도 말이다. 담배를 담배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는 순간, 담배회사가 원하는 그 ‘미래’는 거침없이 열릴 예정이다. 담배회사의 주장과 보건당국의 주장으로 대중이 혼란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헷갈릴 이유는 전혀 없다. 담배는 계속 담배이고, 피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수십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정확히 마찬가지다.

* 오피니언 칼럼 ‘유현재 교수의 헬스잇쓔’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건강과 의료, 보건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현안 이슈들을 다루어볼 예정입니다. 미디어와 보건정책을 전공하고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겸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기업 HOWs 대표로 활동 중인 유현재 박사가 집필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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