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양성 4기 위암환자에서 1년 이상의 생존 기간 연장 입증 ... “유방암과 함께 급여권 진입 목표”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HER2 표적치료제 엔허투®주(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위암 적용증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했다. 엔허투는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진행성 HER2 양성 위암에서 3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위암의 발생 빈도가 높은 편으로, 발생률은 폐암과 함께 1,2위를 다투며 암 사망원인은 4번째로 흔한 주요 암이다.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등으로 국내 위암의 5년 생존률은 60% 이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암세포가 원격전이된 4기 위암에서의 생존률은 6.4%에 불과해 주요암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4기 위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이에 적용할 수 있는 항암제의 종류가 적기 때문이다. 엔허투의 임상적 의미를 소개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위암분과 위원장) 라선영 교수는 “예를 들어 폐암 등은 바이오마커(생물학적 표지자)에 따른 여러 표적치료제가 개발되었으나, 전이성 위암에서 12~15%를 차지하는 HER2 유전자 이외에는 이렇다 할 표지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뿐만 아니라 위암은 복잡한 발병기전, 종양내 이질성(heterogeneity), 환자들 사이에서의 이질성이라는 특성 등 여러 이유로 표적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이성 위암의 경우 2010년 전이성 위암에서 트라스투주맙이 1차 치료제로 허가된 이후 다른 표적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엔허투®는 10여 년만에 등장한 전이성 위암의 표적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엔허투®는 항체-약물복합체(ADC) 형태로 항체인 트라스투주맙은 HER2 발현 종양을 겨냥하고, 약물 데루스테칸은 종양 세포를 사멸시킨다. 트라스투주맙과 데루스테칸의 결합으로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게 특징이다.
2회 이상의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연구인 DESTINY-Gastric01 에서, 엔허투®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51%로 의사가 선택한 화학요법군 (이리노테칸 또는 파클리탁셀, 이하 대조군) 14%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P<0.001). 또한 엔허투®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2.5개월(95% CI, 9.6-14.3)로, 대조군의 8.4개월(95% CI, 6.9-10.7) 대비 사망 위험을 41% 감소시켰다(HR: 0.59, 95% CI, 0.39-0.88, p=0.01). 그 외,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에서도 개선을 보여줬다.
라 교수는 "엔허투는 이전의 치료 단계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1년 이상의 생존 기간 연장의 효과를 증명한 최초이자 유일한HER2 표적치료제”라며, “3차 이후 사용할 치료제가 부족했던 전이성∙진행성 HER2 양성 위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급여다. 엔허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위암 환자의 3차 이상 치료제로 지난해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두 암에 적용증 허가가 된 만큼 같은 가격으로 두 암 모두에서 급여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상대적으로 적응증 환자수가 적은 위암에서 보험급여가 유방암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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