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관문억제제-펩타이드 병용치료를 통해 종양 치료효과 대폭 상승 기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성균관대학교 박재형 교수와 조슈아 잭맨 교수 공동 연구팀이 암세포의 엑소좀(세포 분비 물질)을 붕괴시켜 기능을 억제하는 펩타이드(아미노산 중합체)를 기반으로 하여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병용치료 기술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3세대 항암제로 부각되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암세포를 파괴하는 세포 독성 T세포의 활성을 유도하는 항체기반 면역치료제)를 활용한 항암치료의 경우, 암세포 자체를 공격하던 기존 치료와 달리 체내 면역체계의 특이성, 기억 능력, 적응력을 강화시켜 줌으로써 다양한 암종에 적은 부작용으로 장기적인 항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치료제도 단일요법으로는 효과를 보이는 환자가 15-45%에 불과하여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치료제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가 듣지 않는 결정적 요인으로 종양에서 분비되는 엑소좀이 주목받고 있다. 종양 유래 엑소좀은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여 면역 억제성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표면에 PD-L1(면역관문 분자. T세포 활동을 방해한다)을 발현하고 있어 혈액을 통해 온몸을 순환하면서 세포독성 T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면역관문억제제를 중화함으로써 기능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즉, 종양은 엑소좀을 이용해 체내에 투여한 치료제를 무력화하고,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비활성화시키는 전략으로 면역치료에 대항하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공동연구진은 종양 유래 엑소좀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면 면역관문억제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 아래, 엑소좀을 둘러싼 지질막의 곡률(curvature)을 인식하여 결합하고 붕괴시킬 수 있는 펩타이드(이하 AH-D-펩타이드)를 발굴해냈다.
AH-D-펩타이드는 높은 지질막 곡률을 가져 장력이 충분히 큰 300nm 이하 크기의 나노사이즈 소포에는 지질막에 결합하고 공동(pore)을 형성하여 붕괴시킬 수 있는 성질이 있다. AH-D-펩타이드는 크기가 200nm 이하인 엑소좀의 지질막을 붕괴하여, 결국 막단백질을 유리시키고 내부 생리활성 물질을 방출시켜 엑소좀의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AH-D-펩타이드는 장력이 작은 세포의 지질막은 파괴하지 않고 장력이 큰 200nm 이하 크기의 종양 유래 엑소좀만을 파괴하는 뛰어난 선택성을 보였으며, 특히 종양 미세환경의 약산성환경에서 붕괴능이 향상되어 활용도 면에서 범용성 및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발굴한 AH-D-펩타이드가 종양 유래 엑소좀을 붕괴시켜 PD-L1 기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이러한 억제 효과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세포독성 T 세포의 활성화로 이어짐을 확인하였다.
추가적으로 동물실험을 통해 면역관문억제제와 AH-D-펩타이드의 병용 투여를 해본 결과 T 세포 기반의 항암면역반응이 유발되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병용치료 시 단일요법 대비 종양 치료 효과를 대폭 향상시키고 전이암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음을 검증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박재형 교수는 “AH-D-펩타이드는 주변 조직의 손상없이 종양 유래 엑소좀을 선택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신물질”이라며, “향후 병용치료 기술개발 후속연구를 통해 효과성 높은 항암면역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종양 엑소좀의 구조적 특성을 이용하여 면역치료용 펩타이드를 발굴해낸 이번 연구성과는 보건복지부 외 과기부, 산업부가 지원하는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연구개발과제를 통해 수행되었고 재료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 국제학술지 네이쳐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3월 23일 게재되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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