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흉부외과의사회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 실손보험 지급 거절 사유로 악용 될 수도"
지난달 3일 대한정맥학회 등 6개 학회가 발표한 하지정맥류의 초음파 진단 가이드라인에 대해 임상의 의사들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국내 하지정맥류 시술의 상당수를 담당하고 있는 개원의 모임인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가이드라인이 현장 개원의들의 목소리가 의도적으로 배제되었으며 그 결과 현실에 맞지 않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고 비난했다.
김승진 회장이 주장하는 가이드라인의 대표적인 오류로는 ‘3-2’와 ‘5-4’이 있다.
3-2번은 ‘환자가 스스로 설 수 있을 경우 선 자세로 검사를 하며, 설 수 없는 경우 안거나 누워서 검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 회장은 “하지(다리) 진단이라는 특성 상 환자가 의사 눈높이에 맞춰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하는 데, 현장에서는 낙상의 위험이 있어 환자를 전동침대에 묶어 60~90도 세워 진단하는 추세다”며 “지금의 가이드라인대로라면 환자에서 갑작스러운 기립성 저혈압 등이 나타날 경우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나”고 비판했다.
5-2번은 초음파 영상 측정에서 혈류의 방향을 파악할 때 가급적 증강파형이 가로축의 아래로, 역행성 혈류파형이 가로축의 위에 위치하도록 측정한다는 내용이다. 김 회장은 “정맥 외과 교과서인 ‘정맥질환의 진단과 치료(p89)’에 따르면 증강파형이 가로축의 위로, 역행성 혈류파형이 가로축의 아래에 위치하도록 되어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없이 만들어진 것을 나타내는 지점”이라고 꼬집었다.
가이드라인이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 방식을 적용한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손보험 등에서 보험금 지급 거절의 사유 등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진 회장은 “무엇을 해서는 안된다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한다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은 유연성이 떨어지고 경직된 안내”라며 “이 것이 보험금 지급거절 사유로 악용되면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문제를 수정하고자 정맥학회 등에 연락을 취하고 있으나 아직 답이 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 소통을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환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달 3일, 발표된 ‘하지정맥류 진단을 위한 근거중심 초음파 검사법’은 대한정맥학회를 비롯하여 대한혈관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외과초음파학회,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등 6개 학회가 참여했다.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후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정맥통증학회 등은 문제를 지적하며 철회를 요청한 상황이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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