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보험금 청구 양식을 만든 후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정보를 바로 전송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산하 의사회 7곳이(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와 성형외과의사회,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신경외과의사회, 일반개원의협의회, 정형외과의사회, 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15일 실손보험 간소화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안이 16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심사에 오르기 때문이다.

김승진 대한의사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위원장(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하고 다급하게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며 “의료계가 간호법과 의사면허박탈법 등 다른 이슈에 매몰된 사이 실손보험간소화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실손보험 청구 시 청구 자료가 보험개발원이라는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넘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인터넷 및 스마트폰 보급, 의료기관의 보험청구 키오스크 등 환자들이 청구설류를 쉽게 보험사로 직접 제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상황에서 중계기관이 정보를 모운 후 보험사로 넘기는 것은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 문턱을 하나 더 놓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간소화라는 이름과 달리 청구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환자들이 청구에 소극적이 되도록 만들고 결국 보험사의 이익에 일조하게 되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계기관을 통해 모인 환자의 이력과 의료 정보가 보험금 미지급 사유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중요하게 지적됐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지금도 보험사들은 많은 경우 의료행위에 꼬투리를 잡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환자들은 보험금을 받지 못할까봐, 의료기관에서는 의료행위에 위축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예를 들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의 경우 심리 및 언어 치료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는데, 이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문가들이 의료인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돼 부모가 비용을 떠맡고 있다”며 “심지어 소아 백혈병, 희귀난치병 환아의 보험금 지급도 꼬투리를 잡아 거절하기도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가 노출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특히 중계기관에 모인 의료정보가 다른 보험사들에도 노출되기 쉽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험법 등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것.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정신과 환자의 실비보험 가입이 허용된 지 7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여전히 환자들은 자신의 정신과 이력이 남는 것이 두려워 실비보험 청구를 망설이고 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신과 환자들은 실비보험 청구에 더욱 소극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진대한의사회실손보험대책위원회위원장(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이발언하고있다.
김승진대한의사회실손보험대책위원회위원장(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이발언하고있다.
이들은 지금 법안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계와 보험계가 머리를 맞대고 보험청구 절차와 내용, 구비 서류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의료기관에서 보험사로 바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김동석 회장은 “실손보험 간소화법이 정무회의에서 통과되면 법사위 심사가 만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끝가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이 법안이 환자를 위한 것인지 보험사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조속히 철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보험가입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한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중계기관의 전산망을 통해 보험업계로 바로 전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이후 여러번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무산되었다.

3월부터는 정부, 보험업계, 의료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8자 협의체가 구성돼 논의에 들어갔으나 중계기관의 선정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애초 중계기관으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목되었으나, 심평원이 해당 데이터를 비급여 항목 가격 책정 및 보험기준 적용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의료계가 반발한 것. 이에 중계기관을 보험개발원으로 변경한 내용으로 법안이 진행되었으나 개원의사회에서는 정보가 결국 심평원으로 넘어가게 되는 구조라며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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