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케어동물병원윤태현수의사
애니케어동물병원윤태현수의사
반려동물 눈 아래에 농이 나와 동물병원에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호자는 농피증과 같은 피부 질환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 치근단농양(치첨농양) 진단을 받는다. 피부에서 농이 나오는 건데 왜 치과 질환 진단을 받는 것일까? 우선 치근단은 치아뿌리 끝을 말한다. 이 치아뿌리 끝에 고름집이 생겨 농이 터져 나오는 것이 치근단농양이라고 한다. 치주염, 치아 파절 등의 손상으로 인해 치아 내부 혈관과 신경이 분포되어 있는 치수에 염증이 생기면서 시작되는 질환이다. 이 염증이 뿌리까지 영향을 미쳐 치수 조직이 괴사되고 고름이 생기는 것이다.

치근단농양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치석이다. 치석을 제거하지 않으면 잇몸 표면에 얇게 염증이 퍼지는 치은염으로 발전한다. 이때 치료하지 않으면 더 악화돼 잇몸, 치아 주변 인대, 치조골에 염증이 생기는 치주염으로 이어져 신경통을 유발한다. 이러한 질환들을 방치하면 결국 치근단농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또 반려동물의 치아가 손상되거나 약해졌을 때 치료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면 약해진 치아 신경에 염증이 생기면서 치근단농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치근단농양의 대표적인 증상은 눈 아래가 붓는 것이다. 치근단농양은 주로 오른쪽 위턱 제4전구치(PM4)의 뿌리에서 발생한다. 제4전구치의 뿌리는 안구와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눈 아래에서 증상이 발견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 눈에서 고름이 나오거나 눈밑에 생긴 구멍으로 피가 나오기도 한다. 눈밑 외에도 입 주변과 볼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이로 인해 반려견 · 반려묘의 얼굴을 만지려고 할 때 싫어하거나 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외에도 어금니가 흔들리는 모습, 심한 악취 증상이 나타난다. 앞서 말한 증상이 보일 시 반드시 동물병원에 방문해 반드시 치료받기를 바란다.

동물병원에 내원하면 먼저 아이의 상태를 살핀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내복약을 통해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지만 고름이 이미 터지고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근본적 원인인 치아의 뿌리까지 발치해야 한다. 피부로 병변이 나타날 정도면 치근단 주위에 염증성 병변이 많이 진행됐을 것이다. 따라서 감염원인 어금니 발치뿐만 아니라 다른 치아 발치가 필요할 수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영구치는 평생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모든 원인을 찾거나 예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사는 강아지 · 고양이의 구강 상태를 매일 체크하며 양치질을 해 주면 적어도 몇 가지의 문제를 조기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급여하는 음식이나 간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딱딱한 뼈 간식 및 껌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아 파절이 치근단농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스케일링도 중요하다. 구강 질환의 가장 주된 원인은 치석이다. 치석을 정기적으로 제거해 주기만 해도 구강에 생기는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애니케어동물병원 윤태현 원장)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