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환자들이 척추질환에서 수술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것에 대해 “성급한 수술은 자칫 더 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과 신경학적 검사 등으로 생활습관과 척추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Q. 최근에 늘어난 척추 및 관절질환이 늘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용이 세대를 불문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척추 및 관절질환이 급증하고 있다고 본다. 이들 기기를 사용하느라 오랜 시간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반복하다보면 척추 및 관절에 부하가 걸려 모양의 변형이 오게 된다. 또한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의 경우 척추관절 및 추간판에 압력이 가해져 척추질환이 호발하게 된다.
최근에는 홈트나 레저 등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인대·근육·관절·척추질환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다가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부상과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동은 바른 자세로 시작하고 자신의 체력에 맞춰 조금씩 강도를 높이는 게 권장된다.
Q. 척추질환이 생기면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 사이에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 수술을 선택해야 하며, 어떤 경우 보전 혹은 비수술적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지 기준이 궁금하다.
수술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점은 운동마비, 감각마비의 정도와 진행양상이다. 대소변 장애, 발가락에 힘이 안 들어가고 걷기가 점차 어려워지며 감각이 둔해진다면 수술적 치료를 통해서 신경을 풀어주어야 영구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반면 운동마비, 감각마비가 없고 통증은 있으나 일상생활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면 비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또한, 20세 미만 젊은 환자는 디스크 퇴행성 변화가 어르신들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급하게 수술을 결정하지 않고 조금 여유를 가지며 치료 경과를 지켜보는 것을 권한다. 비수술적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에 호전이 없거나 더욱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는 수술적 치료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젊은 환자라 하더라도 디스크 퇴행성 변화가 심하면, 탈출한 추간판이 신경을 압박해 빠르게 신경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서둘러 신경을 감압해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신경 손상이 적을수록 회복이 빠르며 후유증이 적기 때문이다. 신경 손상이 심한 경우는 수술을 하고도 잔여통이 오래 남아 환자를 힘들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기 전에는 자신의 생활 습관을 꼭 체크해 보길 권한다. 예를 들어 생활 습관으로 허리측만증이 심한 상태에서 수술을 했을 경우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수술한 윗마디나 아랫마디가 수술 후 몇 년 내에 단계적으로 나빠져 수술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수술을 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으므로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좋다.
Q. 1:1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는?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관절·척추질환 치료에서 있어서는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모니터로 MRI만 확인 후 디스크가 나와 있거나 협착이 있으니 바로 수술하라는 태도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환자의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거기서부터 1:1 맞춤 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강조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을 막고, 환자에게 정확하게 필요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다.
디스크 질환이 심해도 수술 없이 치료가 잘 될 수 있는 환자가 있는 반면 디스크 질환이 심하지 않아도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있다. 이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 개개인의 상황과 현재 상태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환자와 면밀한 상담을 하고 치료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Q. 일상에서 척추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노하우와 팁이 있다면?
밸런스를 잃지 않도록 주의 하면 된다.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일 경우 1시간에 한번은 일어나서 잠시 허리를 돌리며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일 수 있다. 기지개를 자주 펴서 근육과 인대가 뭉치거나 짧아지지 않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구를 이용해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 주면 더욱 좋다. 스트레칭 밴드를 일하는 곳에 두고 아침 출근 후, 점심 식사 후 그리고 퇴근 전에 한 번씩 근육과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면 어지간한 척추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집에서는 자기 전에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테니스 공, 피넛볼, 폼롤러 등을 이용해 근육을 풀어주면 척추과 관절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신경외과 의사로서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척추질환은 급증하는 데 그에 비해 관심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척추관절의 질환은 ‘자신이 만드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위암·폐암·만성질환 등 여러 질환들은 유전자의 영향이 크지만 척추관절질환은 거의 100% 생활습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모의 습관이 아이에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이나 젊은 환자가 오면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척추질환 및 관절질환은 한번 손상되면 자주 재발되거나 평생 나를 괴롭힐 수 있다. 통증을 100% 없애기는 어렵지만 통증을 줄여가면서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나에 맞는 치료를 한다면 통증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단순히 디스크만 치료했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지지 및 신경학적 치료가 함께 되어야 완벽해진다.
내 몸에서 보내는 시그널을 주의 깊게 들으시고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면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거기에 맞는 치료를 받기를 권유드린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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