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은 코스타리카 사회보장청 산하 칼데론 구아디아 병원 간이식팀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수받은 간이식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달 11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 최초로 성인 생체 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1991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고자, 이식되는 우엽 간에 새로운 중간정맥을 만들어 우엽 간 전(全) 구역의 피가 잘 배출되도록 하는 ‘변형 우엽 간이식’을 고안해냈다.
현재 전 세계 표준 수술법이 된 변형 우엽 간이식을 통해 코스타리카의 간경화 환자 자네트 로리오(Jeannette Lorio, 60세) 씨가 딸 비앙카 오비에도(Bianca Oviedo, 32세) 씨의 간을 무사히 이식받아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 높은 생존율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코스타리카는 장기 기증률(100만 명 당 7명)이 낮고 대기자 사망률(30%)이 높기 때문에 생체 간이식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
코스타리카에서 손꼽히는 병원 중 하나인 칼레론 구아디아 병원은 550여 병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스타리카와 중앙아메리카를 통틀어 간, 췌장, 소장, 폐 이식을 가장 먼저 시행하기도 했다.
그간의 이식 경험을 토대로 칼데론 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은 생체 간이식에 도전하기 위해, 변형 우엽 간이식과 2대 1 생체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 당시에만 5천례의 생체 간이식을 시행한 서울아산병원에 협력을 요청했다.
마침내 2019년 5월 서울아산병원이 생체 간이식을 전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칼데론 병원 간이식팀 의료진 24명은 그 해 1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연수를 받았다.
연수단은 외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 전문의, 수술실·중환자실 간호사로 구성됐으며 수술, 수술 후 간호, 합병증 치료에 대해 6주씩 교육을 받았다. 연수단은 매일 아침 7시에 진행되는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한 것은 물론이고 뇌사자 구득 과정과 밤늦게 시행되는 응급 수술까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의 모든 의료 현장마다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연수 후 자국으로 돌아간 칼데론 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은 생체 간이식 수술 프로그램을 비롯해 간이식 혈관 재건 개선, 복강경 수술 프로그램, 간이식 간호기술 표준화, 중환자실 간호관리, 간이식 수혜자 감염관리 등 다양한 시스템을 현지에 구축해나갔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마침내 올해 4월 성인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시켰다.
수술을 집도한 바네스 로페스 칼데론 구아디아 병원 간이식팀 간췌장담도 및 이식외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의 도움으로 이곳 코스타리카 환자와 가족의 삶이 바뀔 수 있었다. 우리가 생체 간이식 자립에 성공하기까지 성심성의껏 의술을 전수해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우리에게 연수를 받는 동안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애쓰던 코스타리카 의료진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려운 수술을 스스로 훌륭하게 해낸 칼데론 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에게 깊은 축하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의료 기술을 전수해 세계 곳곳의 많은 환자들이 새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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